명심보감을 기존의 ‘성현(聖賢)의 가르침‘이란 컨텐츠의 테두리를 벗어나 ‘언어‘로 분석한 책이다. 문법 분석을 통한 한문(漢文) 학습은 기존의 풀이방식에서는 알아낼 수 없었던 원문의 보다 세세한 어기와 어감을 정확히 전달한다. 따라서 학습서로서의 면모를 가지면서, 한편으로 이 책은 한자(漢字)와 한문(漢文)에 대한 정의를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는 한문이 중국인의 선조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라 고대 중국 땅을 지배했던, 한국어와 같은 첨가어(添加語)를 구사하던 어떤 민족이 만든 문자언어(文字言語)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 민족을 ‘북방민족(北方民族)‘으로, 그들이 개발한 문자언어를 ‘원형북방어(原形北方語)‘로, 그리고 한문(漢文)은 이 원형북방어를 한족(漢族)이 자기들 언어에 맞도록 변화시킨 ‘변종북방어(變種北方語)‘라는 가설을 세우고, 그에 따른 패러다임을 문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존의 규정에서 ‘동사+목적어대명사‘의 형태로, 곧 영어와 같은 문법구조로 분석되고 있던 일련의 합음사(合音辭)들을 ‘지시사+조사‘의 문법구조를 가진 단어들의 포합음(抱合音)으로, 서법(敍法)에 관여하는 구조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구조는 첨가어에 한해서만 발생이 가능한 것이다.
특히 『명심보감(明心寶鑑)』 첫 문장의 ‘者‘를, 기존의 해석서(동서양 공통으로)에서는 명사접미사로서 ‘사람‘으로 풀이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지시사+조사‘의 구조, 곧 ‘之也‘의 합, 한국어에서의 ‘의존명사+조사‘의 문법구조 ‘것에‘로 분석함으로써 기존의 풀이와는 전혀 다른 의미가 있음을 도출한다. 적지 않은 부분에서 기존의 번역서와는 의미적인 측면에서나 문법구조적인 측면에서나 전혀 다르게 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허사(虛辭)‘라고 하는 모호한 문법규정의 많은 문자들이 첨가어인 한국어의 문법규정 속에서 보다 명확해진다. 이것은 고대 중국 땅에 있었던 한문이라는 문자언어가 한족(漢族)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님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사실이기도 하며, 이것은 이 책의 전 풀이과정에서 거듭 추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