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정오

서우曙宇 전병훈과 만나는 철학 그리고 문명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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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16/07/15
Pages/Weight/Size 152*225*60mm
ISBN 9788971395943
Categories 인문 > 한국철학
Description
전병훈, 망각된 조선의 디아스포라 철학자

전병훈은 동아시아 근대의 여명기에 한국과 중국을 무대로 활동했던 국제적인 철학자였다. 호는 ‘온 누리의 새벽빛’을 뜻하는 서우(曙宇)이다. 그는 1857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나, 1907년 50세에 중국으로 망명한 뒤 71세가 되던 1927년 중국 북경에서 세상을 떠났다. 도교의 내단학뿐만 아니라 유교와 불교, 서양철학까지 망라하는 철학의 융합을 시도한 그는 『정신철학통편』(1920) 등을 편찬하며 ‘정신철학’이라 부른 자신의 철학을 체계화했다. 북경에서 ‘정신철학사’라는 학관을 세워 많은 중국인 제자들을 이끌던 중국 지성계의 정신적 지도자이기도 했다.

저자 김성환(군산대 철학과)은 1992년 중국 북경대학 대학원에 처음 입학한 한국 유학생의 일원이었다. 1993년 늦가을 북경대학도서관 귀중본 자료실에서 1920년에 발간된 전병훈의 『정신철학통편』 초간본을 발견한다. 처음, 이 책의 존재를 믿기 어려웠다. 중국 근대사상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명사들의 찬탄이 책의 앞머리를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심지어 옌푸는 전병훈을 스승으로 칭송하며 제자를 자청했다. 동아시아 근대의 한 지평에 숨어 있는 이런 장면을 믿을 수 없었다. 솔직히, 과대망상증에 빠진 어떤 “사기꾼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그만큼 경이롭고, 또 상상하기 어려운 책이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놀라움은 더해갔다. 책의 서문을 펼치자 바로 「단군 천부경 주해」가 눈에 들어왔다. 책이 발간된 1920년 이전에 『천부경』이 이미 세상에 알려졌다는 증거였다. 게다가 전병훈은 책 본문에서 조선의 단군과 중국의 황제를 동등한 성현으로 높였다. 단군으로부터 계승된 한국의 선맥(仙脈)을 거열하고, 중국에 비견하는 독자적이고 훌륭한 학문전통이 한국에 있음을 강조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이런 견해를 당시 중국의 장상급 고위관료나 저명한 지식인들이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단군과 황제를 동방 겸성(兼聖)의 시조로 함께 추존했다. 단군과 황제의 로맨틱한 동거였고, 동아시아에서 서로 다른 민족주의가 공존했던 시대의 황홀한 풍경이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굉장한 것은 전병훈의 철학체계 그 자체였다.

이 책은 20여 년의 집요한 연구와 답사 끝에, 유려하고 웅숭깊은 필체로 직조한 철학자 김성환의 역작이다. 그리고 전병훈의 철학적 모험과 정신을 추적하고 조우하여 대화를 나눈 치열한 사유의 기록이다. 이제 우리는 전병훈이 응시한 ‘우주의 정오’를 맞이한다.
Author
김성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