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 김일엽, 김명순, 윤심덕.
이들이 바로 그 길 없는 어둠 속에서 새 길을 열어간 주인공들이다.
이 신여성들은 암울한 시대에 낯선 세상으로 용감하게 나아간 최초의 개척자였다.
백 년 전 식민지라는 참담한 현실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근대라는 신문명이 유입되었다. 그 새로운 물결 안에서 자아의 주체 세우기를 통한 개인의 탄생이 이루어졌고 신여성이라는 신인류가 등장했다. 이 땅에서 가장 먼저 ‘여자도 인간’이라는 의식을 가졌던 신여성들에게 당대의 사회는 동의와 격려 대신 날선 비난을 퍼부었다. 가부장제와 남성 중심적인 봉건주의 사회에서 좁고 어려운 길을 헤치고 나아간 1세대 여성 작가들은 그 삶의 궤적을 글로 남겼다. 그 글을 통해 오히려 오늘날에 와서야 더욱 공감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고민하고 발언한 그들의 실천적 삶을 만나게 된다.
‘배운 여자’라고 요약할 수 있는 이 신여성들의 삶은 역사적으로 볼 때 ‘최초’라는 수식어로 기념되는 영광의 길이었으며 동시에 아무도 간 적이 없는 고난의 길이었다. 선진적인 의식을 가진 한 개인으로서 그들은 완고하고도 거대한 봉건의 벽에 용감하게 도전하고 마침내 산산조각 부서져 내렸다. 그 삶의 결말은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비참한 최후였으나 그 죽음은 아무 것도 허용되지 않는 세상에서 온몸으로 저항하고 최선을 다했던 삶의 역설적인 승리였다. 그래서 그들의 죽음은 절대로 패배가 아니다. 세상에 진 것도 아니다. 스스로 선택한 나다운 길을 끝까지 걸어가서 마침내 도달한 ‘나의 완성’이었다.
-저자 서문 중에서
Contents
[1부]
1장. 최초의 여성화가 나혜석의 탈주욕망과 헤테로토피아
1. 경계인 나혜석
2. 탈주욕망과 헤테로토피아
3. 창조적 소수자 나혜석
2장. 파리의 그 여자, 이국적 공간과 신여성의 사랑
1. 여성의 글쓰기, 저항의 언어
2. 이국적 공간과 신여성의 사랑
3. 자전적 글쓰기와 자아의 발견
3장. 나혜석의 남편으로 산다는 것
1. 나혜석의 남편 김우영
2. 이율배반의 생
3. 김우영의 선택과 한계
4장. 이혼 전후,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다
1. 나혜석의 선진성
2. 나혜석의 결혼과 이혼 과정
3. 세 가지 주장에 담긴 선구적 여성의식
5장. 나혜석이라는 캐릭터를 스토리텔링하다
1. 새로운 캐릭터 나혜석
2. 극적인 캐릭터로서의 나혜석
3. 희곡의 구체적 캐릭터
4. 다성적 존재로서의 나혜석
[2부]
1장. 1세대 여성작가 김일엽, 진보적 신여성에서 불교계의 선승으로
1. 기다림의 자세
2. 새로운 시대, 첨단의 신여성으로 살다
3. 사랑을 지나 님을 건너, 불교에서 길을 찾다
4. 그리움을 접고 흰 연꽃으로 피어나다
2장. 최초의 여성 극작가 김명순, 저항하는 쓰기의 주체
1. 한국 희곡사와 김명순의 위상
2. 김명순과 새로운 공간의 의미
3. 최초의 여성 극작가로서의 의의
3장.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의 근대체험과 영화의 재현
1. 근대의 재현과 신여성
2. 윤심덕의 근대체험과 영화의 재현
3. [사의 찬미]와 신여성을 소비하는 방식
4장. 윤심덕의 [사의 찬미]와 장르별 스토리텔링
1. 윤심덕과 원소스 멀티유즈
2. [사의 찬미]의 스토리텔링
3.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가능성
5장. 서구 연애론의 유입과 연애의 시대
1. 근대와 자유연애
2. 근대의 연애론
3. 이념과 현실의 거리
Author
유진월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 희곡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97년부터 한서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있다. 199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그녀에 관한 보고서」로 등단한 이후 「불꽃의 여자 나혜석」, 「헬로우 마미」 등 거의 모든 작품에서 다양한 여성의 삶에 대한 페미니즘의 시각을 중시하고 있다. 「푸르른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연인들의 유토피아」, 「연인」 등에서는 섬세한 시적 언어로 문학적인 희곡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그들만의 전쟁」, 「누가 우리들의 광기를 멈추게 하라」 등은 한국사에 대한 문제적 시선을 바탕으로 역사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페미니즘 희곡사인 『한국 희곡과 여성주의 비평』 이후로 『영화, 섹슈얼리티로 말하다』에 이르기까지 연극, 영화, 여성 관련 연구서를 다수 출간했고 창작 분야에서는 『유진월 희곡집 1』과 『유진월 희곡집 2』를 출간했다. 동랑희곡상, 올해의 한국 연극 베스트 5 작품상, 국립극장창작공모 당선 등 연극 관련 상을 수상했다.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 희곡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97년부터 한서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있다. 199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그녀에 관한 보고서」로 등단한 이후 「불꽃의 여자 나혜석」, 「헬로우 마미」 등 거의 모든 작품에서 다양한 여성의 삶에 대한 페미니즘의 시각을 중시하고 있다. 「푸르른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연인들의 유토피아」, 「연인」 등에서는 섬세한 시적 언어로 문학적인 희곡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그들만의 전쟁」, 「누가 우리들의 광기를 멈추게 하라」 등은 한국사에 대한 문제적 시선을 바탕으로 역사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페미니즘 희곡사인 『한국 희곡과 여성주의 비평』 이후로 『영화, 섹슈얼리티로 말하다』에 이르기까지 연극, 영화, 여성 관련 연구서를 다수 출간했고 창작 분야에서는 『유진월 희곡집 1』과 『유진월 희곡집 2』를 출간했다. 동랑희곡상, 올해의 한국 연극 베스트 5 작품상, 국립극장창작공모 당선 등 연극 관련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