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는 많고 적음을 화제로 삼지 아니하고, 제후는 이익과 손해에 대하여 거론하지 아니하며, 선비는 재물을 위해 지식을 쓰지 아니하고, 귀족 집안은 이익을 보겠다고 서민이 해야 할 일을 빼앗지 아니하며, 대부는 텃밭조차도 일구지 아니하여, 누구에게나 할 일거리가 있어 그에 맞는 소득이 있도록 해야 한다”라 하면서 “저기에 두어둔 곡식단 있고, 여기엔 줍지 않은 벼이삭 있네. 이것은 불쌍한 과부 몫일세”라고 ≪시경≫의 구절을 곁들여, 오늘날 의미의 사회 분배의 정의까지 이미 언급하고 있다.
≪한시외전≫은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에 이미 간행되어 상당히 널리 읽혔던 고전이다. 이것이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다시 중국으로 유입되었으며, 지금 전하는 것은 바로 이 고려 간본을 근거로 교정한 것이다. 우리로서는 실로 6, 7백 년 후에 다시 읽어본다는 감회는 새롭다 못해 조상에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는다는 사명감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