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의 글 속에는 삶 자체의 행복과, 변화와 소멸의 자연스러움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것 같은 평온함이 있다. 생존의 격렬한 투쟁이나 변화의 무서운 엄습이 없다. 그저 있음에 대한 발견과 고개 끄덕임이 아름답다. 그렇다. “고통받는 날을 빼고 나면 일생이 며칠이랴!” 경지에 오른 사물에 대한 조용한 인정이 어디서나 눈에 띈다. 이렇게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을 구분하지 않고, 삶을 높은 경지의 ‘노닒’에 뜻을 두어도 그것이 부담감이나 의무에 대한 고통으로 다가오지 않도록 안도감을 준다. 학술적으로 도가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조차 별 의미를 주지 않으며, 그저 불구심해(不求甚解)의 독서법이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