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정신과, 벨기에 유머, 일본의 예의가 절묘하게 혼합된
아멜리 노통브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소설
문학평론가 박철화의 번역으로 새롭게 태어나다!
전체가 대화로 이어지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
아멜리 노통브의 열 번째 작품 『적의 화장법』은 전체가 대화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자전적 소설 『두려움과 떨림』과 『튜브의 형이상학』 이후, 그녀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살인자의 건강법』과 『반박』의 맥락을 다시금 되살리고 있다. 대화는 그녀의 관심사다.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줄줄이 꿰고 있는 이 소설가에게 수사학은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은 명료하고 정확하며, 어떤 문장도 허술한 구석이 없다. 그런 점에서 그녀는 프랑수아 사강의 일면을 갖추고 있다.
마치 레고를 가지고 놀듯 그녀는 말을 가지고 누르고, 들어 올리고, 뒤집으며, 때로는 끼워 넣는다. 거침없는 대화체 문장들이 연속해서 이어지는 모습은 마치 권투 시합에서 선수끼리 서로 치고받는 반격의 연속처럼 느껴진다. 또는 소크라테스의 대화처럼 옳고 그른 진영의 치열한 공방전과도 같다. 다만 이 소설에서는 그 옳고 그른 진영이 서로 혼동이 되고, 끝내 피아彼我가 뒤섞인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한마디로 전체가 대화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범상한 통념에서 시니시즘이 번득이는 아이러니한 단장에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언어의 결투장이 된다.
“그렇죠. 당신에겐 그가 적이죠. 아마도 적은 당신의 외부에 따로 존재하진 않을 겁니다. 당신은 그 적이 지금 당신 곁에 앉아 있다고 여기겠지만, 아마도 그는 당신의 독서를 방해하면서 당신의 내면에, 머리와 뱃속에 이미 들어가 있을 겁니다.”
-본문 중에서
냉소 가득한 이 대화를 끌어가는 기술이 대단하다. 하지만 아멜리 노통브의 이 아이러니컬한 냉소는 단지 그녀의 심정적 강렬함을 포장하는 수단일 뿐, 그 안에 담긴 이 책의 정서라는 것은 뜨겁고 또 빨갛다. 독자는 이 의식의 드라마의 마지막 장을 펼치기 전까지는 두 사람의 갈등의 의미를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 강간과 살인 등의 섬뜩한 얘기가 줄을 잇지만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까지는 독자의 ‘경악’은 끝나지 않는다. 하나의 작은 철학 콩트로도 볼 수 있는 이 소담한 책은, “타자는 곧 지옥이다”라는 사르트르의 유명한 명제가 거의 낙천적으로 들릴 정도로 섬뜩한 지옥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왜냐하면 아멜리 노통에 있어서 지옥은 타자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차근차근 피해자의 목을 조여오는 가면 쓴 존재가 마침내 그 가면을 벗어던지는 순간 독자는 “아!”하는 탄성을 금치 못할 것이다.
Author
아멜리 노통브,박철화
잔인함과 유머가 탁월하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현대 프랑스 문학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벨기에 출신의 작가. 본명은 파비엔 클레르 노통브이며 1967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났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 중국, 미국, 방글라데시, 미얀마, 영국, 라오스 등지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스물다섯 살에 발표한 첫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1992)이 '천재의 탄생'이라는 비평계의 찬사를 받으며 단번에 10만 부가 팔리는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화제를 낳았고 지금까지 노통브의 작품은 전 세계 1천6백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두려움과 떨림』(1999)이 프랑스 학술원 소설 대상을 받으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고 그 외에도 르네팔레상, 알랭푸르니에상, 자크샤르돈상, 보카시옹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매년 거르지 않고 하나씩 작품을 발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5년 벨기에 왕국 남작 작위를 받았으며, 현재 브뤼셀과 파리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최근 노통브는 『갈증』(2019)으로 공쿠르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첫 번째 피』(2021)로 르노도상을 수상해 대중성과 더불어 그 문학성을 다시금 인정받고 있다.
잔인함과 유머가 탁월하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현대 프랑스 문학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벨기에 출신의 작가. 본명은 파비엔 클레르 노통브이며 1967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났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 중국, 미국, 방글라데시, 미얀마, 영국, 라오스 등지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스물다섯 살에 발표한 첫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1992)이 '천재의 탄생'이라는 비평계의 찬사를 받으며 단번에 10만 부가 팔리는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화제를 낳았고 지금까지 노통브의 작품은 전 세계 1천6백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두려움과 떨림』(1999)이 프랑스 학술원 소설 대상을 받으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고 그 외에도 르네팔레상, 알랭푸르니에상, 자크샤르돈상, 보카시옹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매년 거르지 않고 하나씩 작품을 발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5년 벨기에 왕국 남작 작위를 받았으며, 현재 브뤼셀과 파리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최근 노통브는 『갈증』(2019)으로 공쿠르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첫 번째 피』(2021)로 르노도상을 수상해 대중성과 더불어 그 문학성을 다시금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