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千字를 알면 세상의 이치가 보인다.
위로는 하늘로부터 밑으로는 땅의 이치가 보이고
그 중간으로 인간사의 이치가 두루 살펴진다.
“피청구인被請求人을 대통령직에서 파면罷免한다.”
국정농단國政壟斷, 대통령탄핵大統領彈劾, 인용認容, 기각棄却, 각하却下.
지금 대한민국을 가득 메운 말들의 성찬이다. 그런데 어느 하나 만만해 보이는 단어가 없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나라의 앞날이 불확실하듯, 사실 일반 국민들에게는 떠도는 말들조차 그 의미를 정확히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왜일까? 모두 한자인데다가 일상으로 쓰는 언어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한자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한자漢字로 글자들을 하나하나 풀어보면 그 의미들이 보다 명확해진다.
대통령을 낀 특정인들이 나라의 권력이나 이익을 독차지 하려하다 보니, 국정농단國政壟斷이란 탈이 났다. 언덕 농壟, 끊을 단斷의 농단壟斷은 글자 그대로는 가파른 언덕인데, 실제로는 이익을 독점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시장 근처의 가파른 언덕에 올라가 장을 살펴보고 싼 물건을 사서 비싸게 팔아 이익을 독점하였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민의를 대리하는 국회에서 대통령탄핵소추안을 헌법재판소에 냈다.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인용認容으로 판결이 났다. 이로써 피청구인인 대통령은 파면되었다. 대통령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태극기까지 흔들며 탄핵안소추를 물리치라는 버릴 기棄, 물리칠 각却 즉 기각棄却을 외쳤다. 앞뒤 맥락 없이 흔들리던 태극기를 한자로 풀어 숭고한 본래의 뜻을 살펴봄도 의미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