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는 살 만합니다
아니, 사실 재미있고 보람 있고 때로는 꽤 먹고살 만합니다
다시 태어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번 생은 망원시장 상인 하길 잘했습니다
망원시장 장사 경력만 도합 123년, 오늘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성상인 9인의 보고서. 모양새는 저마다 다르지만 삶의 고비마다 겹치는 궤적은 5060세대 여성의 보편적인 서사를 짐작케 한다.
“고향은 강원도 탄광촌에서 전라도 섬까지 모두 제각각이며,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은 없다. 비슷한 시대에 전국 곳곳에서 태어난 서민의 딸들이, 각자의 형편과 경로를 겪으며 즐겁고 아프게 성장했다. ‘나는 못 가도 남동생과 오빠는 대학을 가야 하는’ 설움을 ‘으레 혼자 삭이며’, 교육과 취직과 탈농과 결혼을 통해 서울로 들어왔다. 1997년 IMF 사태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공장과 노점과 식당과 알바 등을 거쳐 망원시장으로 들어왔다. 하여 2017년 지금 마흔여덟에서 예순일곱인 망원시장 여성상인 9명이 ‘각자 또 함께’ 사는 생애를 듣는 것은, 사람과 시대를 들여다보고 세상을 내다보는 일이다.”
망원시장이 유명해진 것은 2012년 한 대형 마트와의 투쟁에 나서면서다. 일주일에 하루 쉬기도 힘들다는 시장 상인들이 다섯 번이나 다 같이 가게 문을 닫고 집회를 열었다. 그들이 똘똘 뭉칠 수 있었던 것은 이전부터 상인들의 네트워크가 탄탄했던 덕분이다. 2008년 아케이드 공사를 하면서 상인회를 중심으로 상인들이 결집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해당화, 십자매 같은 모임도 이때 생겨났다. 2014년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망원시장 상인이 시의원 비례대표로 선출되기도 했다. 모두 상인들의 ‘연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여성상인의 이야기에 주목한 것은 함께 일하고 함께 싸워도, 막상 이름이 남는 역할은 남성의 몫으로 돌아가고, 여성은 조력자로 남곤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역사의 그림자로 살아온 그녀들이 사실은 망원시장의 오늘을 있게 한 주인공임을 알리기 위함이다.
Contents
여는 글: 각자 또 함께
“사는 게 다 그렇죠 뭐. 안 그래 보여도 굽이굽이 사연이 많아요.”
대진청과_ 김미숙
“그땐 힘들고 지루했지만, 그 시간들이 있어 이렇게 살고 있구나 싶어요.”
교동왕족발_ 방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