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格이라는 틀을 깨고 평가의 척도를 부수며
도덕과 통념을 가볍게 ‘간과’하는 것…
이런 독법이 왜 필요한가
수백 년 세월 동안 탁월하다 인정받은 텍스트를 깨뜨리며
우리의 고전을 읽는 눈은 단련되어갈 것이다
이 책은 [심청전] [흥부전] [홍길동전] [콩쥐팥쥐전] 등 제목만 들어도 지루할 것 같고, 달리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그 메시지가 주입되어왔던 고전들을 다시 읽으려 한다.
어떻게? 이 소설들을 ‘고전’의 확고한 자리로부터 끌어내리면서다. 즉 의례적으로 매듭지은 결말이나 도덕과 통념을 상기시키는 상투구들을 가볍게 간과하면서, 작품의 의미가 다른 방향으로 발산하도록 읽으려 시도한다. 그 어떤 시대보다 윤리적 양식과 규범의 힘이 강했던 조선조의 소설이라면 일부러라도 ‘삼강오륜’에 반하여 읽는 작업, 지배적인 도덕이나 윤리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읽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심청은 효孝를 설파한 작품이 아니라 효를 임당수의 심연에 빠뜨린 작품이며, 숙영낭자는 변강쇠가 죽어서도 넘지 못했던 것을 넘어서고자 죽음마저 극한으로 몰고 간 인물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이러한 파격破格의 시도들은 결국 이들 고전을 역사가들이 부여한 자리에서 이탈하게 한 뒤 ‘역사’라 불리기 힘든 역사, ‘역사’에 들어가지 못한 것들의 역사가 존재함을 보여줄 것이다.
Contents
머리말
제1장 심청, 마조히스트?: 윤리적 소설과 ‘반인륜적’ 독서
작품을 어떻게 ‘절단’할 것인가?│고전소설, 잃어버린 매력을 찾아서│〈심청전〉과 소설의 윤리│심청, 마조히스트?: 〈심청전〉의 역설적 전략│연꽃 속의 심청은 왜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가?│심청전의 ‘반인륜적’ 윤리학
제2장 콩쥐의 신발과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환원론적 해석과 내재적 분석
콩쥐와 신데렐라는 같은 인물인가?: 환원론적 해석의 문제│콩쥐의 능력과 팥쥐의 음모: 내재적 분석│숙향전=바리공주?: 유비적 해석을 넘어서
제6장 동냥하는 심청과 날품 파는 흥부: 공동체의 능력과 무능력
공동체와 돈│공동체의 힘: 〈심청전〉│공동체가 줄 수 없는 것│축장과 잉여인간: 〈흥부전〉│생명의 순환계와 탕진의 경제학│〈흥부전〉의 ‘근대성’과 놀부의 ‘진보성
제7장 〈허생전〉의 경제학과 〈토끼전〉의 생태학: 경제적 순환계와 생명의 순환계
공동체와 돈: 〈허생전〉│잉여들의 공동체│개체의 신체는 모두 공동체다│속임수의 교환: 〈토끼전〉│생명의 평등성│토끼는 어떻게 ‘삼강’을 능멸했는가?│공동체의 두 가지 외부
제8장 장화·홍련은 보았으나 사정옥은 끝내 보지 못한 것: 가족, 혹은 인륜 속의 구멍
‘계모’, 가족 내부의 적?│낙장불입의 ‘이념 소설’: 〈옥낭자전〉│윤리에 의한 윤리의 파탄: 〈사씨남정기〉│반복과 변복: 〈김씨열행록〉│가족 안의 구멍: 〈장화홍련전〉
제9장 운영의 사랑과 양소유의 사랑: 사랑의 매혹, 담장 너머로 이끌다
사랑과 매혹│때아닌 욕망은 더 멀리 간다: 〈옥소선〉│매혹과 휘말림의 힘: 〈운영전〉│가족을 초과하는 사랑의 욕망: 〈구운몽〉
제10장 변강쇠의 죽음과 숙영낭자의 죽음: 죽어서도 넘지 못한 것과 넘어서기 위해 죽는 것
담을 넘는 성욕의 흐름: 〈환관의 아내〉와 〈변강쇠가〉│자유로운 성욕의 추방과 유랑하는 삶에 대한 저주: 옹녀와 변강쇠│‘잡놈’ 변강쇠마저 옹녀의 정절을 요구하다!│‘운명’의 명령마저 위반하게 하는 것: 〈숙영낭자전〉│의심의 시선과 치울 수 없는 주검│구멍과 심연
제11장 〈금오신화〉와 〈최고운전〉: 이계와의 만남, 혹은 외부를 본 자의 고독
세계의 외부, 혹은 외부세계│은둔자와 외부: 〈유우춘전〉과 〈설생전〉│다른 세계를 본 자의 고독: 〈금오신화〉│다른 세계로부터의 탄생: 〈최고운전〉│매혹과 두려움 사이의 동요│황제의 수수께끼, 혹은 비밀의 세 유형│반어의 논리학, 외부자의 정치학
제12장 홍길동의 분신들과 허생의 ‘잉여’들: 상징적 전쟁과 탈주의 정치학
‘사회소설’과 저항?│호칭의 문제와 인정욕망: 〈홍길동전〉│증상적 기호의 상징적 전쟁│상징적 전쟁의 귀착점│침입의 정치학과 진입의 기호학│허생의 경제학적 실험: 〈허생전〉│이탈의 정치학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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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이진경
전환기 한국사회의 토대를 분석한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을 써서 24세에 이진경이라는 필명을 얻었다. 본명은 박태호.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논문 ‘서구의 근대적 주거공간에 대한 공간 사회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지식 공동체 ‘수유너머104’에서 연구 활동을 하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에서 강의하고 있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근대성에 천착해 『철학과 굴뚝 청소부』를 썼고, 자본주의와 근대성의 변혁을 모색한 『맑스주의와 근대성』,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이진경의 필로시네마』를 썼다. 푸코, 들뢰즈, 가타리의 철학과 함께 자본주의의 외부에서 삶의 탈주를 꿈꾸며 『노마디즘』, 『철학의 외부』, 『역사의 공간』,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 등 30여 권의 책을 냈다.
전환기 한국사회의 토대를 분석한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을 써서 24세에 이진경이라는 필명을 얻었다. 본명은 박태호.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논문 ‘서구의 근대적 주거공간에 대한 공간 사회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지식 공동체 ‘수유너머104’에서 연구 활동을 하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에서 강의하고 있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근대성에 천착해 『철학과 굴뚝 청소부』를 썼고, 자본주의와 근대성의 변혁을 모색한 『맑스주의와 근대성』,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이진경의 필로시네마』를 썼다. 푸코, 들뢰즈, 가타리의 철학과 함께 자본주의의 외부에서 삶의 탈주를 꿈꾸며 『노마디즘』, 『철학의 외부』, 『역사의 공간』,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 등 30여 권의 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