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국사회에는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이 불었다. 이 인문학 책은 200만 부 판매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고, 그로부터 4년여 뒤에는 ‘의리’라는 단어를 내세운 배우가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사회 현상에서 뽑아낼 수 있는 핵심어는 무엇일까? 바로 의義다. 정의와 의리는 모두 ‘의’에서 파생되어 나온 단어다. 오늘날의 한국사회는 의를 욕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토록 많은 사람이 원하는 의, 그리고 의로운 사회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의는 인간이 꿈꾸는 이상사회에 가장 가까운 개념이다. 그렇기에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한자문화권에서 자주 사용되어왔다. 하지만 이런 의를 한마디로 정의하려면 막상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예상외로 의라는 단어 안에는 다양한 의미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의로움인가』는 의를 정의하기 위해 초기 갑골문자의 형태를 뜯어보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동양 고전을 원전으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동양 문화권에서 의가 어떤 의미를 띠었으며 또 어떻게 변화되어왔는지에 대해 상세히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는 실천적 개념”이라는 유학에서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저자는 실제 역사적 상황 속에서 의가 어떤 방식으로 이해되고 실천되어왔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사기』 등 여러 역사서 속 사례를 살펴본다.
그러나 이 책은 동양에서의 의의 뜻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서양철학에서 나타났던 의의 개념과 그것을 다루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또한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나누었던 의에 대한 논의와, 실제 역사에서 나타났던 의의 실천에 대해 말하며 의를 기대하는 현대사회의 분위기와 과거를 연결지어 ‘오래된 미래’를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