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가 사망한 지 250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의 말과 생각은 여전히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뉴턴이 하늘에서의 운동과 지상에서의 운동은 하나의 수학적 원리로 설명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지도 300년이 훌쩍 넘었지만, 그 위력은 여전하다. 물론 그 사이에 수많은 신념이 나타났다가 정체성의 ‘위기’를 맞으며 명멸하곤 했다. 19세기 말경 시작된 수학의 정체성 위기, 아인슈타인과 양자역학을 거치면서 파생된 과학의 본성과 합리성에 대한 질문들, 과학에 그 우위를 빼앗긴 채 엄습했던 철학과 인문학의 위기…….
이 책은 이처럼 인류 역사 2500년을 ‘학문’이라는 틀로 조명한다. 즉 고대 신화와 형이상학, 중세의 신학과 형이상학, 근대의 과학과 수학 및 철학, 현대의 첨단 기술을 아우른다. 생활세계와 유리되지 않고 물적 기반 위에서 끊임없이 구체성을 획득해왔던 학문들은 매 시대 인류가 이전 것을 등지고 새로운 것을 향해 나아갔던 움직임들을 추상적 지식으로 응축해내고 있다. 그리하여 이 한 권의 책은 기존의 신념 체계를 흔드는 새로운 시대 이념과 사상이 어떻게 반동과 향수의 흐름들을 극복하여 지배적 위치를 점했는지, 아주 흥미롭게 펼쳐나가고 있다.
Contents
머리말
1장 학문의 위기, 무엇을 말하는가?
유동하는 학문 개념과 학문의 위기 | 규범적 학문 이론과 기술적 학문 이론
2장 신화, 형이상학, 그리고 과학
학문의 동기와 세계 설명 모델 | 설명 모델과 화용론 | 신화로부터 형이상학으로 | 형이상학으로부터 과학으로
3장 근대 학문의 이념
르네상스와 과학혁명 | 객관성의 이념 | 학문 개념의 변화와 세계관의 변화 | 은폐된 반전
4장 계몽주의적 신념과 과학의 발전
계몽이라는 이념 | 학문 개념의 변화와 사회 변혁의 동력 | 지식의 권력화와 계몽의 그림자: 연금술의 경우 | 낭만주의적 반동
5장 학문 개념의 변화: 과학적 지식과 가치의 분리
과도한 실증성과 실증 과학이라는 모범 | 지식의 민주화와 가치: 다윈의 경우 | 객관성과 역사성: 근대적 합리성에 대한 반감과 역사성의 요구 | 학문의 탈가치적 중립성과 몰가치적 맹목성: 베버의 경우
6장 다원주의적 세계관과 과학
수학의 위기와 합리성의 위기 | 근대성에 대한 거부와 새로운 세계관 | 문화의 반전: 과학 연구의 거대화와 자본
7장 자본재로서의 지식과 공공재로서의 지식
시장경제 체제 아래에서의 학문 연구 | 지식의 공공성과 자본재로서의 지식 | 지식기반사회의 명암
8장 지식의 상업화와 학문의 혼종
지식의 상업화: 리오타르의 경우 | 디지털 혁명과 재현의 문제 | 네트워크 공간 속에서 파편화된 지식과 포스트모던의 반전 | 생태계의 유비: 입체적 합리성과 학문의 적응 압력
9장 디지털 사회에서의 지식과 학문의 본성
학문의 역할과 삶의 문제 | 전통 학문의 위기와 대응 | 새로운 요구: 융합 혹은 경계 넘어서기
10장 인간의 위기와 과학의 위기
인간 과학의 등장과 과학의 위기 | 다시 근원으로: 학문이란 무엇인가?
11장 새로운 형이상학의 가능성
학문에 관한 체계 진화적 모델 | 파생세계와 세계 유전자 | 가능세계의 형이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