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학

읽기의 무한에 관한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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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14/04/28
Pages/Weight/Size 140*224*30mm
ISBN 9788967351076
Categories 인문 > 독서/비평
Description
저자 요시카와 고지로는 일본 한학서 번역 출판의 신기원을 연 세계적인 한학자로, 현대 일본의 중국학을 주도했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평생 ‘명석한 언어 쓰기’를 목표로 끊임없이 읽고 썼다. 그로써 잘 쓴 언어는 음절이나 형태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사실을 배가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또한 스스로 그것을 증명해보였다. 모든 언어는 지시하고자 하는 ‘사실’에 기반해 쓰인다. 그러나 동시에 언어를 기록한 ‘저자’라는 사실, 그가 선택한 언어 그 자체가 갖는 사실이 한편에 존재한다. 저자와 언어가 갖는 이 무형의 ‘사실’은 언어의 내부로 무한히 펼쳐져 있다.

도대체 ‘독서의 학學’이란 무엇인가 요시카와 고지로는 텍스트에 ‘천착’하여 그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다른 차원을 드러낸다. ‘천착’이라는 말은 우선 “깊이 살펴 연구한다”는 뜻이지만, 한학 전통에서 천착이란 마치 ‘구멍이 없는 곳에 억지로 구멍을 내듯 탐구하는 것’, 대체로 ‘그래야 할까 싶은 것까지 굳이 파고들어 건드린다’는 뉘앙스를 갖는다. 실제로 이 책에서 요시카와 고지로는 “아이쿠 난 이제 죽었다阿與, 我死也”라는 『구당서』 안록산의 대사 하나, “서자여사부逝者如斯夫, 불사주야不舍晝夜”라는 공자의 표현 한 줄, 사마천 『사기』 「고조본기」의 첫 문장 단 스무 자를 놓고 무섭도록 ‘천착’하는 독법을 실행해 보이고 있다.

「고조본기」를 읽는 독자는 ‘고조의 생김새’ ‘출신 성분’ ‘업적’ 같은 역사적 사실만을 읽는 것이 아니라, 저자 사마천의 심리, 자신이 봉사한 한漢 왕조에 품고 있던 존경과 혐오가 뒤섞인 모순·상반된 심리를 읽게 된다. 사마천이 사용한 언어의 흐름, 표현의 취사를 통해 독자는 역사로서의 ‘사실’ 외에도 언어 자체에 들어있는 ‘사실’을 읽게 되는 것이다. 『구당서』 『신당서』도 마찬가지다. 『구당서』를 전본으로 삼아 쓰인 새로운 당唐제국의 역사인 『신당서』에는 『구당서』와 비교하면 명백히 의도적인 문체의 수정이 존재한다. 이것이 함의하는 것은 무엇이며, 그 효과는 또 무엇인가

이렇게 책에서 펼쳐지는 요시카와 고지로의 독법을 따라가자면 ‘읽기의 무한’이라는 표현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독자는 언제나 텍스트에서 한눈에 얻을 수 있는 ‘사실’ 이상을 읽어낼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독법이 동양 전통에 오랫동안 유효했던 학문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곧 언어가 전하는 ‘객관적 사실’을 넘어 ‘언어 자체가 갖는 사실’을 읽어가는 방식이다. 언어는 이러한 독법을 통해 중량을 더하고 무한으로 나아간다. 이 책에서 요시카와는 주注해석고증이 발달한 문화 속에서 선진 학자들이 행했던 것과 같은 읽기 방식을 통해 텍스트가 전하는 사실 이상을, 다시 또 그 이상을 읽어낸다. 그러나 우리 시대는 이러한 독법을 잃어버렸다. 근대 이후의 ‘역사학’을 중심으로 한 현대의 학문은 사실을 취하면 언어를 버리는 데 더 익숙하며, 정보가 입력되면 바로 다른 정보를 찾기 바쁘다. 이에 저자는 말한다.
Contents
ㆍ 서문 005

1. 언어와 사실 011
2. 명자실지빈야 019
3. 『역易』에 대하여 028
4. 말과 글 037
5. 고립어孤立語, 넣고 빼는 자유 046
6. 문어文語의 윤리에 대하여 055
7. 간결함, ‘서書’의 이상 064
8. 『신당서』, 문장의 변혁(1) 074
9. 『신당서』, 문장의 변혁(2) 084
10. 저자의 태도 읽기: 사마천 094
11. ‘생략’의 문체 103
12. 주석 논쟁: 광대뼈인가, 콧대인가 113
13. 저자를 읽는 독서 122
14. 언어는 음악이 아니다(1) 131
15. 언어는 음악이 아니다(2) 142
16. 언어는 음악이 아니다, 그러나…… 152
17. 음독音讀의 미(1): 음성과 감성 161
18. 음독音讀의 미(2): 음성의 형체 172
19. 음독의 미(3): 음성의 연속 181
20. 일독一讀과 재독再讀 190
21. 음성의 리듬을 조절하는 독서 198
22. 언어의 리듬 속 화자의 인상 206
23. 저자의 마음을 읽다 214
24. 역사 쓰기에 대하여 223
25. 내 독서의 계보 234
26. 게이추契沖를 공부하며(1) 246
27. 게이추를 공부하며(2) 258
28. 독서의 학: 인간의 필연을 더듬다 267
29. 문학의 직무 277
30. 문학의 언어가 지닌 가치 287
31. 다자이 ?다이와 오규 소라이 296
32. ?다이의 소라이 비판 306
33. ?다이와 소라이: 계승과 해석 316
34. 공자의 진의를 읽다(1) 328
35. 공자의 진의를 읽다(2) 338
36. 학설의 융합: 정현鄭玄의 예 347
37. 설說의 공존에 대하여 355
38. 독법과 추측: 『능엄경』으로 공자 읽기 363
39. 독서의 학: 이법理法에 대한 성찰 372

ㆍ 보주補注 380
ㆍ 편자의 주 398
ㆍ 해제 399
Author
요시카와 고지로,조영렬
현대 일본의 중국학을 주도한 세계적인 중국문학자로, 자字는 선지善之이다. 효고현 고베시에서 태어나, 1926년 교토제국대학 문학부에 입학했다. 1928∼31년 중국에 유학하여 고증학을 배우고 귀국해 동방문화연구소 연구원이 되었고, 1947년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교토대학 교수가 되었다. 1962~63년 컬럼비아대학 객원교수를 지내고, 1964년 일본예술원 회원이 되었으며, 1967년에 정년퇴임했다. 고금의 문헌에 해박하고 고증에 뛰어났으며, 직관력이 남다르고 문체가 평이하면서도 아름답다는 평을 받았다. 프랑스 학사원이 세계적인 동양학자에게 주는 스타니슬라스 줄리앙 상을 받을 만큼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았다.
저서로는 『요시카와 고지로 전집』(전28권), 『두보시주杜甫詩註』(전5책), 『요시카와 고지로 유고집』(전3권) 등이 있으며, 국내에는 『요시카와 고지로의 공자와 논어』(조영렬 옮김, 뿌리와이파리), 『당시 읽기』(심경호 옮김, 창비), 『송시개설』(호승희 옮김, 동문선), 『한무제』(이목 옮김, 천지인) 등이 번역되어 있다.
현대 일본의 중국학을 주도한 세계적인 중국문학자로, 자字는 선지善之이다. 효고현 고베시에서 태어나, 1926년 교토제국대학 문학부에 입학했다. 1928∼31년 중국에 유학하여 고증학을 배우고 귀국해 동방문화연구소 연구원이 되었고, 1947년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교토대학 교수가 되었다. 1962~63년 컬럼비아대학 객원교수를 지내고, 1964년 일본예술원 회원이 되었으며, 1967년에 정년퇴임했다. 고금의 문헌에 해박하고 고증에 뛰어났으며, 직관력이 남다르고 문체가 평이하면서도 아름답다는 평을 받았다. 프랑스 학사원이 세계적인 동양학자에게 주는 스타니슬라스 줄리앙 상을 받을 만큼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았다.
저서로는 『요시카와 고지로 전집』(전28권), 『두보시주杜甫詩註』(전5책), 『요시카와 고지로 유고집』(전3권) 등이 있으며, 국내에는 『요시카와 고지로의 공자와 논어』(조영렬 옮김, 뿌리와이파리), 『당시 읽기』(심경호 옮김, 창비), 『송시개설』(호승희 옮김, 동문선), 『한무제』(이목 옮김, 천지인) 등이 번역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