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의 언어, 소생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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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22/12/13
Pages/Weight/Size 140*210*30mm
ISBN 9788966551576
Categories 소설/시/희곡 > 비평/창작/이론
Description
공명과 비판이 공존하는 공감의 언어

박명순의 문학평론은 공감의 언어다. 여기서 공감이라는 말에는 공명의 의미뿐만이 아니라 비판도 포함되어 있다. 어쩌면 ‘공명’ 자체에 비판이 기본 속성으로 깔려 있을지 모른다. 비유하자면, 작품을 먼저 끌어안은 다음에 체온을 충분히 공유한 후 작품의 ‘얼굴’을 확인한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 행위에는 이미 공유한 체온을 충분히 믿지 못해서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차이마저 서로 긍정하자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박명순의 문학평론에는 날이 서 있지 않고 마치 새 둥지 같은 느낌을 준다. 비판은 곧 탄핵이라는 살벌한(?) 정의가 고래로부터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성의 언어이지, 박명순의 언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래서 박명순의 비평 언어는 분석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말 걸기’ 내지는 ‘대화’에 가깝다. 다음의 예를 보자.

『고향』에는 부대끼며 살아가는 농민의 일상이 실감 나게 담겨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마름 안승학이 우체통에 넣은 엽서가 집에 배달되는 것을 신기해하는 수준의 촌사람들입니다. 김유정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떠돌이나 극빈의 인물들은 아닙니다만. 도긴개긴 부족한 인물들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며 저마다의 삶을 꾸려나갑니다.

당연하지만 이상적인 인물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희준과 갑숙조차 유혹에 약한 결함을 지닌 인물입니다. 못난이 아내와 못난이 남편이 티격태격하나 문제를 해결해낼 능력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 건강한 생명력이 넘쳐납니다.(「민촌 이기영의 『고향』을 만나러 갑니다」, 31)

글이 경어체로 씌었다는 점, 그리고 읽기를 감행하고 있는 텍스트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범상하게 보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문제는 경어가 단지 외형적인 게 아니라는 점과 텍스트의 인물들에게서 “건강한 생명력이 넘쳐”나는 점을 찾아 읽는 것이 외형상의 경어체와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비록 경어체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도 박명순의 문학평론이 어떻게 독자로 하여금 공감의 길을 따라가게 하는지 잘 보여준다.

독자(또는 작가)는 잠재적 환자이자 현실적 치유자로서 존재한다. 진정한 환자만이 그 치유의 길을 가장 잘 안내할 수 있으리라, 우리는 미루어 짐작한다. 이 추론은 대부분 성공적이며 따라서 질병은 때로는 작가에게 창작 의욕으로 작용하고 직접적으로 작품에 깊이 관여하기까지 한다. 이 경우 작품에는 삶과 죽음을 초월한 작가의 세계가 투영된다. 권정생의 『강아지똥』(길벗어린이)의 탄생에 옷깃을 여미는 이유이다.(「문학에 나타난 질병의 얼굴들」, 159~160)
Contents
작가의 말 ○ 4

1부

민촌 이기영의 『고향』을 만나러 갑니다 ○ 13
영원한 경계인, 박노갑과 엄흥섭 ○ 56
역사를 배반하지 않는 소설의 진정성─조선희의 『세 여자』 ○ 86
박상륭 소설 읽기를 통한 ‘죽음’의 의미 찾기 ○ 132
문학에 나타난 질병의 얼굴들 ○ 155
연민과 믿음에 대한 탐색─정낙추의 『노을에 묻다』 ○ 175

2부

봄을 향한 시적 페이소스─이문복 ○ 197
신동엽을 다시 읽다 ○ 209
경계를 사유하는 시 읽기─이명재 ○ 233
수묵화와 풍속화로 만나는 두 개의 자화상─정완희와 진영대 ○ 248
지상의 별을 노래하는 ‘시의 길’─이은봉 ○ 267
기억, 성찰, 치유, 그리고 정체성 찾기의 도정─이은숙 ○ 287
대화와 독백으로 치유하고 상생하는 시인의 꿈─박용주와 장인무 ○ 302
애도(哀悼)의 언어, 소생(蘇生)의 힘─박형권 ○ 319
원심력과 구심력의 언어 미학─박설희 ○ 338

3부

시를 통한 연대의 가능성 ○ 357
생명력 있는 시를 위한 요건 ○ 378
한국 시의 미래를 묻다 ○ 399
애도(哀悼)의 목소리들 ○ 409
실존적 체험과 사랑의 시학 ○ 428
생태학적 상상력, 변방에서 시를 묻다 ○ 438
시로 여는 생존 연습 ○ 462
임명희 작가에게 보내는 글 ○ 471
사랑과 바보 이미지, 기억의 힘 ○ 477
물의 상상력으로 읽는 유준화의 시 ○ 490
Author
박명순
중학교 국어교사로 30여 년 재직. 공주대학교, 순천향대학교에서 국어교육학, 현대소설 등을 강의했으며 현재 『작가마루』와 『시와문화』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비상 국어 교과서’ 필진으로 참여했으며, 『채만식 소설의 페미니즘』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버지 나무는 물이 흐른다』, 『영화는 여행이다』, 『슬픔의 힘』, 『안녕, 개떡 선생』 등의 저서가 있다. 아르코창작지원금, 문학비평 활동지원금과 충남문화재단 지원금을 받았다.
중학교 국어교사로 30여 년 재직. 공주대학교, 순천향대학교에서 국어교육학, 현대소설 등을 강의했으며 현재 『작가마루』와 『시와문화』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비상 국어 교과서’ 필진으로 참여했으며, 『채만식 소설의 페미니즘』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버지 나무는 물이 흐른다』, 『영화는 여행이다』, 『슬픔의 힘』, 『안녕, 개떡 선생』 등의 저서가 있다. 아르코창작지원금, 문학비평 활동지원금과 충남문화재단 지원금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