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 산별노동조합인 보건의료산업노조의 노조 조직화 사업에 대한 기록이 나왔다. 이 책은 가천대길병원, 부산대학교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서울시동부병원의 사례를 치밀하게 기록한 글이다. ‘발간사’에서 나순자 보건의료노조위원장이 밝혔듯이 “기록한 사업장이 조직화 사업의 대표성을 갖는다고 할 수는 없다. 기록하지 못한 사업장도 기록한 사업장 이상의 아픔이 있다.” 하지만 산별노조 단위에서 노조 조직화 사업의 사례를 자료집 형태가 아니라 단행본 형식으로 독자들과 공유하는 사례는 큰 의미가 있다.
산별노조의 조직화 사업은 오늘날 개별화되고 흩어져 있는 노동자들의 의지와 목소리를 합함으로써 점점 더 안 좋아지는 노동 조건을 향상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증진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역사는 가만히 놔둬서는 진보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만히 놔두는 것은 역사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역사는 각자의 개인이나 집단들에게 주체적인 참여를 원하고 그럼으로써만 보다 나은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뗀다.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수수방관하는 것은 역사를 특정 주체의 손아귀에 맡겨버리는 일에 지나지 않은데, 그것은 바로 현실의 지배계급들의 노예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보건의료산업노조가 기획하고, 김형식 시인의 꼼꼼한 기록으로 되살려낸 가천대길병원, 부산대학교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서울시동부병원 노동자들의 투쟁 기록은, 주체적 참여에 대한 길이다. 역사라고 하면 지레 겁을 먹는 게 요즘 풍토이지만, 그것은 역사가 그만큼 희화화됐고 구체적인 삶과는 먼 데에다 두는 문화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가천대길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을 보면 결국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부터 ‘길’이 만들어졌음을 웅변해준다.
또 이 책은 노조 조직화 사업에 참여했던 현장 노동자들의 기억을 통해 지난 시간을 기록한 특징이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글쓴이의 취재에 의해 주관적으로 써진 것이 아니라 노동자 개개인의 기억과 연대의 경험을 중심으로 목소리를 충실하게 재현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각 노동조합이 투쟁 과정에서 냈던 보도자료, 성명서, 관련 기사, 단체 대화방의 이야기들을 최대한 집결시킴으로써 글쓴이의 주관을 배제한 ‘기록’이라는 점이다.
Contents
발간사 | 나순자 ·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 4
1부 우리가 가는 길이 꽃길이야―가천대길병원 · 11
1. 3번째 ‘8월의 크리스마스’ | 2. 지금, 이 순간 | 3. 혼란, 야만의 시간 | 4. 이그나이터 | 5. 변곡점 | 6. 날아올라 | 7. 역린 | 8. 벼르고 벼리다 | 9. 그리하여 ‘길’은 불꽃이었다 | 10. 흔들리지 마! 우리가 가는 길이 꽃길이야! | 11. 너무 조급해하지 말아요 | 12. 다시 그 ‘벽’을 마주하고 있다 | 후기 지지와 후원단체 파업 일지 기록 | 주요 경과
2부 한 걸음 한 걸음―부산대학교병원 · 187
1. 울다, 웃다, 그리고 | 2. 혼란의 틈, 길을 열다 | 3.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 | 4. 한 걸음 한 걸음 | 5. 겉과 속 | 6. 아, 머나먼 | 7. 월급날에 대한 기대 | 8. 끝과 시작 | 후기 주요 경과
3부 새벽 어스름의 시간―국립중앙의료원 · 251
1. 떠남 그리고 남음 | 2. 예고된 플랜 | 3. 오래된 숙제 | 4. 쓸쓸함을 마중하며 | 5. 상실, 그리고 내일 | 6. 새로운 시작, 쉽게 오지 않은 봄 | 7. 새벽 어스름의 시간 | 8. 길을 열다 | 후기 | 에필로그 주요 경과
4부 터전을 만들다―동남원자력의학원 · 313
1. 다가올 위기를 넘어 | 2. 머나먼 길 | 3. 일점을 찾아 | 4. 발화 | 5. 끝없는 줄다리기 | 6. 터전을 만들다 | 7. 미완 또는 | 후기 | 에필로그 주요 경과
5부 노동의 미래를 열어가다―서울시동부병원 · 365
1. 머쓱함 | 2. 쉽게 가자, 그럴까? | 3. 내친걸음 | 4. 닻이 올랐다. 항해가 시작됐다. 물길은 여전히 굽이쳤다.
글쓴이의 말 | 김형식(보건의료노조 전략조직위원) · 382
Author
김형식,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2000년 『내일을 여는 작가』 제1회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바늘구멍에 대한 기억』이 있습니다. 1990년대 초 〈부천노동자문학회〉 등에서 활동하다 2010년부터 보건의료노조의 신규 조직화 사업을 담당해 왔습니다.
2000년 『내일을 여는 작가』 제1회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바늘구멍에 대한 기억』이 있습니다. 1990년대 초 〈부천노동자문학회〉 등에서 활동하다 2010년부터 보건의료노조의 신규 조직화 사업을 담당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