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라는 정동이 우리 사회를 잠식해가고 있다. 보수와 진보가 거리에서 맞불 시위를 하고, 일베 청년들이 세월호 유가족 단식 앞에서 폭식 투쟁을 벌이고, 특정 성별과 지역, 이데올로기를 비하하며 혐오스러운 말들을 온라인상에 전시하던 찰나에, 한 소년은 “페미니스트가 싫다”며 이슬람국가(IS)로 향했다. 이 일련의 새로운 사회문화적 현상에 관한 갑론을박이 진행되는 가운데, ‘여성 혐오’라는 말이 발 빠르게 지배적인 ‘혐오’의 얼굴로 등장했다. 그래서 혹자는 이 시공간을 ‘혐오 시대’라고 명명한다.
혐오가 우리 사회의 지배적 정동이라면, 이 사회가 무엇을 주된 혐오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지를 묻고, 그 지점에서 우리 사회의 맨얼굴을 확인하는 일이 시급하다. 현실문화 편집부는 주된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힌 ‘여성’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우리 사회의 맨얼굴을 드러내보자는 취지로 이 책을 기획했다. 이 책 [여성혐오가 어쨌다구?: 벌거벗은 말들의 세계]는 현실문화가 펴내는 ‘우리 시대의 질문’ 시리즈의 두 번째 권이며(1권: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 세월호 이후 인문학의 기록]), 논의의 시급성에 응답한 윤보라, 임옥희, 정희진, 시우, 루인, 나라 여섯 필자의 글을 묶은 책이다.
이 책은 최근 인터넷과 방송을 매개로 촉발된 혐오 전쟁부터, 대학 캠퍼스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차별 논쟁, 페미니스트와 성소수자 들 안에 잠재된 혐오, 사회 지배적인 혐오를 내재한 자기혐오 등 다양한 혐오의 얼굴들을 드러낸다. 그러는 동안 혐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혐오의 대상은 누구인지, 혐오라는 강렬한 감정의 기능과 효과는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혐오로부터 나아갈 수 있는지를 묻고 답한다. ‘여성 혐오’를 입구 삼아 우리가 진정 도달하고자 하는 것은 ‘혐오 사회’의 민낯이다.
Contents
기획의 말 -6
김치녀와 벌거벗은 임금님들 : 온라인 공간의 여성 혐오 / 윤보라 -9
무언가 잘못되었다 | 거푸집 만들기 | 삭제된 여성들과 훼손된 ‘개념녀’ | ‘드립’의 정치학과 벌거벗은 임금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