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와 나쓰메 소세키, 두작가는 일본의 '국민작가'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근현대의 일본을 대표하고 있다. 여기서 나쓰메 소세키는 천하통일이나 러일전쟁과 같은 역사적 사실을 정면으로 다루진 않지만 작품에 담긴 '일본'에 대한 의식을 공고히 하는 작가로,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행동에는 대부분 동시대 일본의 동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투영되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또한 1970년대 이후 일본사회에 대한 시각을 등장인물을 통해 구상화 시키며 작품을 써온 대표적 작가이다. 소세키가 일본이 러일 전쟁 중이던 1905년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작가로서 출발을 세상에 알렸다면 하루키는 1960년대 후반에 세계적 규모로 전개된 반체제운동의 하나였던 학원 분쟁이 극에 달한 시기에 대학생할을 보내고 그로부터 약 10년 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라는 작품으로 출발점에 섰다.
규모나 의미에서 큰 차이가 있지만 그들은 메이지시대의 러일전쟁과 1960년대 후반의 학원분쟁은 광범위한 사회계층에 호소하여 민심을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또한 전쟁과 투쟁이 끝나면서 개인주의적인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는 점도 닮았다. 이 책은 이러한 관점에서 두 작가의 작품세계를 보고 있으며, 이러한 시각은 그동안의 연구와는 달리 일반적이지 않다. 두 작가 모두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상과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성을 작품에서 꾸준히 그려냄으써 '국민작가'에 필적할만한 창작자라는 평을 얻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드러내는 주제성이 무엇인가에 주목하고, 약 8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은 두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일본과 일본인의 자아, 내면, 정신들이 어떻게 형태를 바꿔가며 반복되어 왔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Contents
■ 들어가며
1 두 작가의 출발점
소세키 1장 '진실'을 파악하고자 하는 표현
하루키 2장 혼재하는 시간 - 1960년대와 1970년대
2 '거대담론' 그 이후
소세키 3장 '개인주의'와 한일합병에 대한 반감
하루키 4장 정보가 지배하는 현대사회
3 '공허한' 세계
소세키 5장 '쓸쓸함'으로 치닫는 '승리'
하루키 6장 ' 텅 빈' 인물들
4 미래와 과거를 왕래하는 이야기
소세키 7장 '미래'의 시선
하루키 8장 '마음'과 '마음'의 연결, 그리고 '이야기'에 대한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