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근대기 동아시아의 사상가인 한국의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 증산(甑山) 강일순(姜一淳), 그리고 중국의 수전(秀全) 홍인곤(洪仁坤), 장소(長素) 강유위(康有爲)의 신종교 관념을 종교다원주의적 관점에서 고찰한 책이다. 반봉건과 근대의 극복이라는 관점에서 그들의 종교 관념에 내재한 실천윤리 즉, 평등이념, 도덕정치, 이상교육, 여성해방을 통한 남녀평등 사상 등을 살피고, 그들이 제시하는 유토피아의 실체, 공동체 건설 방법 등을 알아본다. 이를 통해 암울한 현실과 질곡의 삶 속에서도 인간성 회복과 공동체 부활의 이상을 추구한 동아시아인의 정신을 찾아내고 있다. 사회변혁을 통해 미래를 꿈꾸었던 이들 네 사상가의 사상은 갈등과 대립으로 피폐해져 가는 현실세계에서도 그 적용가치가 충분할 것이다.
이번에 내놓는 장재진 박사의 저서는 근대 이전 같으면 중화(中華)나 사대(事大)로만 엮이던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근대사상가 네 사람을 병렬하여 다루고 있다. 유?불?도에 기독교를 두루 아우른 다원주의적 종교혼합주의(syncretism)의 형성과정을 소개하고, 이를 토대로 한 유토피아니즘의 구축으로 논의의 영역을 한껏 넓혔다. 그 논의 중, 시공을 초월한 토착적 원형(原型)과 외래적인 것의 주체적 수용이 어우러진 ‘원고(遠古)’의 개념을 동아시아 정신의 진수로 건져 올렸다. 나아가 각 사상가의 유토피아니즘에서 동아시아 근대사의 참담과 질곡을 구원과 재생으로 바꿔줄 실천윤리를 추출하여 제시하였다.-김열규(서강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