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학』은 담사동이 집필한 논변의 글로, 서구의 근대체제를 소개하고 중국 전통적인 덕목과 연결시켜 새로운 도덕적 가치를 보여준다. 왕양명(王陽明)과 황종희(黃宗羲)의 사상에 영향을 받았고, 전통적 유가에 화엄종과 유식불교, 그리고 묵자의 사상이 바탕이 되어 있다. 여기에 종교적으로는 서구의 기독교, 학문적으로는 물리학, 수학, 사회학, 경제학 등 다양한 근대학문의 성과를 반영했다. 또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내는 데에 중국 전통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더불어 이를 실천의 덕목으로 제시했다. 이것은 지식을 아는 것을 넘어서 행동으로 나서기 위한 도덕적·정신적 깨우침이며 도덕적 이상의 깨달음과 실천을 우선시하는 중국 근대 계몽의 성격을 보여준다.
이 책은 ‘인학’을 ‘인의 학’의 의미로 다가가 어쩔 수 없는 현실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담사동의 능동성을 보여준다. 복잡다단한 동서 종교와 학문의 통합과 평등한 세계로의 제시, 그리고 이를 이끌어가기 위한 도덕 정신의 고양을 주문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