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 거장들

그들은 어떻게 유럽과 세계를 속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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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17/05/20
Pages/Weight/Size 150*224*30mm
ISBN 9788965236962
Categories 인문 > 철학/사상
Description
소싯적에 ‘운동권 물’ 좀 먹어 봤다면

1970~80년대 권위주의 정권 때 대학을 다니면서 ‘언더서클(지하동아리)’을 기웃거려 본 50~60대들이라면, 마르크시즘 서적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자리에서 반문이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에 답답함과 당혹감을 느껴 본 적이 한두 번쯤 있을 것이다. 『사상의 거장들』은 바로 그런 분위기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음을 속시원히 설명해 주는 책이다.

논리학에 ‘크레타 사람의 역설’이라는 것이 있다. 크레타 사람이 말했다. “크레타 사람은 거짓말쟁이다.” 이 말이 참이라면, 이것을 말한 그 크레타 사람은 거짓말쟁이가 아니므로 이 문장은 동시에 거짓이어야 한다. 이 말이 거짓이라면, 그 크레타 사람은 거짓말을 했으므로 이 문장은 동시에 참이어야 한다.

사회주의 중국의 문화대혁명기(‘문혁’, 1966~76), 마오쩌둥(모택동)이 내건 문혁의 금과옥조는 ‘반항함이 옳다(조반유리造反有理)’였다(320쪽 그림 참조). 그렇다면, 이 구호를 내건 마오이즘과 문혁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저항해도 좋은가? 누구나 다 아는 얘기지만, 이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논리적으로 거짓인 구호, 현실적으로 비참한 중국 인민의 현실 앞에, 프랑스 공산주의자들을 비롯한 서유럽의 신좌파(New Left) 지식인들은 침묵했다. 일찍이 저자 글뤽스만은 “철학자는 성 밖의 진실을 소리 높여 외치는 카산드라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전체주의의 인권 탄압 현실을 대놓고 비판하지 못하는 철학은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고, 이는 그들이 지적으로 무뎌져 있기 때문이라고 글뤽스만은 지적한다. 『사상의 거장들』은 이러한 지적 둔감성의 근원에, 피히테 헤겔 마르크스 니체 등 이름만으로도 사람을 주눅들게 하는 ‘사상의 거장들’(!)이 있다며 직격탄을 날린다. 그리고 이러한 통렬한 비판이 결국 1980년대 이후 동독과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사회주의 블록의 몰락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되었으니, 글뤽스만은 그 자신의 말대로 ‘철학의 카산드라’가 된 셈이다.

『사상의 거장들』은 1977년에 프랑스어 초판, 1980년에 영역판(Master Thinkers)이 나왔다. 번역자 박정자 교수는 영역판이 나오기 전인 1978년에 이 책 국역을 『주간조선』에 연재한 바 있다. 한국어 완역 단행본으로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랑스어 원저에는 주석(미주)에 번호와 정확한 위치가 없으나, 국역판은 일일이 주석 자리를 표시하고 번호를 매겼다. 원저에 없는 도판들을 책 내용의 흐름을 따라 적소에 첨가해 이해를 높였다. 유럽, 특히 독일과 프랑스의 근현대사와 지적 전통이 버거울 독자들을 위해 책머리에 35쪽 분량을 역자 해제(‘옮긴이의 말’, 7~35쪽)를 마련했다.

Contents
옮긴이의 말

태초에 간섭이 있었다
1. 성문 밖의 파뉘르주

2. 자신도 모르게 지크프리트
관료들의 요람 ? 텍스트에 의한 혁명 ?법의 작용 ? 권력의 호감을 산다 ? 20세기의 글쓰기 ? 진실 게임 ? 영향력의 암거래 ? 법의 계급 ? 내면의 독일
3. 불가능한 소크라테스 선생


네 사람의 에이스
1. 새로운 그리스와 그 유대인
영원한 젊은 사상가들 ? 왜 독일인가 ? 전환기에서 ? 누가 문제를 제기하는가 ? 혼동하지 말 것 ? 타락의 극치 ?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미치광이는 생각하지 못한다 ? 유대인에게는 무엇이 부족한가 ? 국가 밖에서는 삶도 없다 ? 독일병(病) ? 혁명과 국가 ? 국가와 혁명 ? 카를 마르크스의 철학적 세례 ? 새로운 체제 ? 규율 기계 ? 판옵틱 장치 ? 높은 곳 ? 누가 누구의 어깨 위에 올라가는가 ?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국가는 존재한다 ? 유럽의 부랑배들 ? 정치인과 그의 타자 ? 이데올로기적 곱셈
2. 왜 나는 그토록 혁명적인가: 우선 피히테
아무 곳으로도 인도하지 않는 거장들을 위한 변명 ? 물론 ? 코페르니쿠스의 모험 ? 새로운 만유(universell)인력과 대학(universitaire) 인력(引力) ? 교수들을 위해서는 괄호를 치는 것이 ? 혁명의 영원한 3단계 ? 더 이상 태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 수학자보다 더 엄밀한 ? 왕관 주변의 혁명 ? 불안한 지배자 ? 고인 약력 ? 노동에서의 죽음 ? 설득에서 만류까지 ? 마지막 결투
3. 왜 나는 그토록 박식한가: 헤겔과 그 추종자들
파리(Paris)의 시간 ? 세계의 시계 ? 천민(La plebe) ? 문맹 퇴치 전략 ? 노예는 없고 주인은 단 하나 ? 학자의 임무 ? 서로 다른 천민 개념 ? 국가와 혁명에 대한 충성 ? 삶의 교육, 죽음의 교육 ? 밤에서 밤으로 ? 당신의 배(船)들을 태워 버리라! ? 마음을 마음의 묘지로 만들기 ? 차가운 방 ? 테러리즘의 이론
4. 왜 우리는 이토록 형이상학적인가
히로시마의 사랑 ? 독일 관념론이란 무엇인가 ? 내 집처럼 편안하기 ? 벽보 ? 왕복 ? 위대한 서부극 ?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 약속된 부(富) ? 배제와 포함 ? 신(神)이라는 악순환 ? 사변적 명제 ? 대 사상가는 어떻게 그의 관념들을 모으는가 ? 어울리지 않는 질문들 ? 거대한 긍정 ? 자그마한 긍정들 ? 왜 이렇게 먼 길을 돌아가는가 ? 선거행낭 ? 서구 형이상학의 예루살렘
5. 나는 어떻게 숙명이 되었는가: 누구보다 마르크스
거장을 보라 ? 동원명령 ? 위대한 수단들을 가진 하나의 과학 ? 커다란 도박을 배우기 ? 분리시키는 권력의 권력 ? 사유재산은 강간이다 ? 헤겔적 공장 ? 자본은 없다 ? 노동도 없다 ? 멍에에 대항하여 또 다른 멍에 ? 자기 길을 가는 관념의 부재
6. 나는 어디를 통해 모든 것 위에 올라가게 되었는가: 모두를 위한 니체
마르크스를 넘어서 ? 자산가의 뒤에 있는 거장 ? 안에서부터 바라봄 ? 페티시즘을 넘어서 ? 솔직한 말 ? 그랜드 투어 ? 신의 이후에는 ? 인쇄물은 어떻게 발견되었는가 ? 반지 ? H아워 ? 지배와 수학 ? 지배와 신학 ? 형이상학의 도정 ? 최후의 오페라

역사의 종말

주석과 인용 문헌

Author
앙드레 글뤽스만,박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