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얼떨결에’ 국회를 통과한 2016년 11월부터, 파면당한 대통령이 사저(私邸)로 돌아간 2017년 2월까지 약 100일간, 대한민국의 최고권력은 ‘촛불’과 ‘특검’이었다. 이 100일간 우리 언론은 민심으로 포장된 촛불, 정의의 탈을 쓴 권력의 광풍 앞에서 ‘바람보다 먼저 눕는’ 행태를 보여 주었다.
알다시피, 책 제목 『바람보다 먼저 누운 언론』은 민중문학의 아이콘이었던 김수영의 시 ?풀?을 인용한 것이다. “바람보다도 빨리 눕고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라는 시 구절에서 ‘풀’은 민중을, 바람은 부당하게 탄압하는 권력을 상징한다. 비슷하게, 한 대권 주자도 “검찰은 딱 한 명의 눈치를 보고 있다. 풀은 바람이 불면 눕지만 검찰은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 미리 눕는다”고 말한 바 있다.
탄핵 보도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언론혐오증을 불러일으켰다. 다들 보통 일이 아니라고 걱정이 태산이다. 언론에 넌더리를 내는 사람들은 탄핵을 둘러싼 사상과 이념의 차이 때문에 그러 것만은 아니다. 그들은 탄핵 전후 과정에서 언론이 보인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왜곡과 선동, 천박하고 유치한 선정주의에 혀를 내둘렀다. 왜 그리 기자들은 오만방자한지, 젊은 그들이 벌써 권위주의에 절어 있다고 혀를 찼다.
언론의 존재 이유와 목적은 공정성과 객관성에 있다. 기자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편파성은 어쩔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러나 정당의 편파성보다 언론이 더해서야 되겠는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부터 탄핵심판이 끝나기까지 언론의 보도는 웬만한 단어로는 표현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엉망이었다. 언론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보도가 수두룩했다. 언론은 한국 현대사의 일대 사건인 탄핵 사태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데 실패했다. 탄핵 법정, 탄핵심판을 여론법정, 여론재판처럼 만들어 버렸다. 이 책은 언론이 본래의 기능과 역할과는 얼마나 동떨어진 보도를 했는지를 조목조목 따지기 위해 펴낸 것이다.
아무리 언론을 증오하는 사람들이라도, 언론의 잘잘못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그 증오에 명분과 정당성이 생긴다. 혹 분별 없는 언론 보도에 부화뇌동하거나 과장·왜곡·선동 보도에 현혹 또는 오도된 사람들도 언론의 잘잘못을 올바르게 알아야 미몽과 혼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책이 발간되고 읽혀져야 하는 이유들이다.
이 책은 공동작업을 시작하는 글이다. 그러나 ‘언론을 걱정하는 포럼’은 시간이나 능력 등의 한계 때문에 더 철저하고도 엄정하게 기록하지 못했다. 멀지 않아 보다 더 완성된 모습으로 이 책을 다시 펴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Contents
책을 펴내며
1 이정미의 헤어롤
스타 재판관의 권위주의적 행태 / 해프닝 이상이 된 헤어롤러 / 공직자는 의관부터 정제해야 /
헤어롤은 소박, 올림머리는 사치? / 계속된 언론의 ‘맹목적 띄우기’
2 국정 농단
‘농단’ 표현부터가 편파적 / 법 위에 여론법정ㆍ언론재판
3 박영수 특검의 가벼운 입
무능, 오만, 탈법의 밥다리 / 기자들과의 회식은 위법 / 날조된 기립박수와 눈물
4 ‘법꾸라지’
비속어 남발은 언론 품격 문제 / 짓밟힌 피의자의 자기방어권
5 ‘코트왕’과 ‘프라다를 신은 악마’
패션쇼가 돼 버린 특검 브리핑 / ‘공작새’ 특검보가 더 문제 / 구두 한 짝으로 마녀가 된 피의자 /
특검보의 사치는 무죄?
6 차병원그룹의 피해
“복마전 차병원… 아니면 말고” / 억측 경쟁에 사설까지 가세 / 개인 병력 공개는 사생활 침해 /
무혐의…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
7 ‘탄핵 악인’ 돼 버린 변호사
도 넘은 언론의 ‘김평우 죽이기’ / 스스로 쓰레기가 된 언론
8 묻혀 버린 “삼족을 멸한다”의 진실
시시비비보다 침입자 행패에 초점 / 사실확인 회피한 미꾸라지 특검보
9 정유라 신고하고 특종 한 기자
“편들었으면 보도하지 말라” / 세상을 상대로 신고하라 / 전무후무한 ‘기자의 취재원 신고’ /
실종된 ‘기자 근성’
10 왜 두들겨 맞았을까?
폭력은 폭력일 뿐 / 조폭보다 무서운 ‘펜폭’ / “왜 기자를 째려봐?” / 오만과 무례를 열정과 혼동 /
겸손 없는 특권은 갑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