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를 이끌어오고 21세기 현재의 유럽에서도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 가운데 대표적인 세 나라를 꼽으라면 바로 영국과 프랑스, 독일일 것이다. 하지만 유독 독일은 프랑스와 영국과는 다른 ‘특수경로’를 밟아왔으니, 바로 독일이 근대국가로의 발전과정에서 정상적인 부르주아의 탄생과정을 거치지 못했다는 데 있다. 그것은 곧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과 프랑스에서의 정치혁명(프랑스혁명)이 나름대로 새로운 근대국가로 진입하는 데 중요한 역사적 경험으로 그들 국가의 큰 자산으로 작용했던 데 비해, 독일은 그 어느 것도 성취하지 못한 상태 ― 즉 ‘역사적 지체’ ― 로 유럽사의 주변부로 밀려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들은 18세기와 19세기의 그 뒤쳐진 정치적, 경제적 후진 상태에도 불구하고 20세기 들어 두 차례나 세계대전을 벌이는 등 세계사의 무대의 전면에 등장했고, 뒤이은 패전과 분단국가의 멍에에도 불구하고 21세기 들어 다시금 실질적으로 유럽연합을 이끄는 맹주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18~19세기 동시대 영국과 프랑스에 비해 후진적이었던 독일이 어떻게 20세기 들어 급속한 산업화 정책을 통해 두 나라를 압도하며 세계대전까지 일으키게 되고, 다시금 파국을 맞은, 즉 잿더미 속에서도 다시금 현재의 독일이 있게끔 할 수 있었는지를 독일철학적 미학이라는 저자의 관점으로 살펴본 것이다.
Contents
지은이의 말 5
서론: 지금 시작하는 이유
1. 독일이라는 난문(aporie) 16
2. 세계대전과 파시즘 18
3. 마르크스주의와 변증법 20
4. 민주사회로 가는 독일적 특수경로와 예술 28
5. 87년 체제와 동일성 사유 43
제1장 예술: 난파선의 조타수
1. 예술의 특수성 51
2. 근대예술이 시작되는 곳 71
제2장 계몽주의 역사철학의 파탄
1. 서구 계몽주의 문화운동 93
2. 독일 계몽주의 문화운동 110
3. 질풍노도를 통과하는 망망대해로 160
제3장 딛고 일어서기
1. 오성의 규정을 거스르는 감성 181
2. 쾌감의 필요성 211
3. 합주하면 넘어간다 234
4. 길은 두 갈래 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