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남성의 얼굴로 대표돼 왔던 홈리스의 이야기를 여성 홈리스 7인의 목소리를 통해 다시 쓴다.
가끔씩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목소리를 듣고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는 가혜는 공중화장실을 쓸고 닦으며 '무서운' 거리 대신 장애인 화장실 칸에서 잠을 청한다. 역사 안팎을 맴돌며 살아가는 경숙은 싸움꾼으로 유명하지만 실은 역무원들로부터 늘 소중한 먹거리와 살림살이들을 뺏기고 한 번도 되찾은 적이 없어 힘들어 한다. 홈리스 당사자이자 홈리스를 돕는 활동가로 일하는 가숙은 늘 커다란 짐가방을 몇 개씩 들고 다니는 탓에 타박을 받지만 거기엔 기자회견에서 읽을 발언문 필사한 성경 등 소중한 것들이 빼곡하다.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열다섯 살에 집을 나온 미희는 술집과 시설을 전전하다 서소문 텐트촌에 자리를 잡았다.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엄마라 여겨 주면 고마운” “못난 엄마”지만 뒤늦게 고등교육 과정을 밟으며 아이들과 함께 살 ‘다른 집’을 꿈꾼다. 역시 열다섯 살에 가출해 거리에서 살아온 영주는 남들이 보기엔 거칠고 무서워 보이는 삶 속에서도 ‘자유’를 말한다. 단돈 10만 원을 들고 둘째 아이와 함께 집을 나온 김진희는 모자 쉼터와 옥탑방을 전전하면서도 성실히 일한 끝에 이제는 두 아이 모두와 임대 아파트에 정착했다.
전작 『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를 통해 양동 쪽방촌을 무대로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던 기록팀은 그 속에는 담지 못했던 여성 홈리스들의 목소리를 애써 찾아냄으로써 우리 사회 여성들이 겪는 가난의 경로와, 그 속에서도 끊임없이 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여자의 일생을 말한다.
Contents
화장실에 사는 여자 / 가혜 이야기 / 이재임 9
난 나한테 높임을 써 / 기세의 강경숙 / 홍수경 35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 광장의 서가숙 /박소영 오규상 65
누가 뭐라든 꿋꿋이 / 미희 이야기 / 홍수경 105
두 여자 / 영주와 나 / 최현숙 131
너희에게 / 딸들에게 보내는 편지 / 김진희 171
“아저씨는 너무나 깨끗해요” / 돌보는 길순자 이야기 / 홍혜은 199
에필로그 / 이재임 233
덧붙이는 말 / 홈리스가 말하는 홈리스 정책 / 서가숙 247
Author
홈리스행동 생애사 기록팀
남편이 사업으로 빚을 지게 되면서 아이와 함께 집을 나왔다. 모자 동반 쉼터에서 생활하며 채무 금융 상담, 사회복지 일 등을 해왔다. 반지하와 옥탑방, 전셋집을 거쳐 지금은 공공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다.
남편이 사업으로 빚을 지게 되면서 아이와 함께 집을 나왔다. 모자 동반 쉼터에서 생활하며 채무 금융 상담, 사회복지 일 등을 해왔다. 반지하와 옥탑방, 전셋집을 거쳐 지금은 공공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