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모든 문제에 답을 줄 수는 없지만, 삶과 세계의 불확실성과 모순, 역설과 우연들과 혼란스러운 현상들에 질서를 부여하여 보편적인 진리를 탐색하는 것이 바로 철학의 본령이다. 한편 문학은 구체적인 존재의 경험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문학은 단 하나의 사건, 존재의 사소한 고통, 가벼운 슬픔, 작은 질문을 크고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문학적 ‘하나’는 하나에 그치지 않고 ‘모두’의 경험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문학과 철학은 우리의 삶과 세계를 비추는 두 거울이 된다. 얼핏, 문학은 가슴의 영역, 철학은 머리의 영역으로 보이지만 문학과 철학은 배타적으로 맞서지 않는다. 서로가 삶과 세계를 인식하고 평가하고 풍성하게 하는 두 개의 중심을 마련하고 서로 배우고 가르치면서 새로운 합성을 추구할 수 있다.
철학이 없는 문학은 전체에 대한 객관적 이해 없이 개별적인 경험과 특수성의 혼란을 벗어나기 어려워서 차이들의 바다에서 길을 잃기 쉽고, 문학이 없는 철학은 고정된 본질로 모든 것을 단조로운 틀에 집어넣을 것이다. 이런 철학에서 나와 너, 기쁨과 슬픔, 이성과 감성, 삶과 세계의 다양한 차이들은 그저 동일한 것에 매몰되고 말 것이다.
이 책은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앞에 놓고, 철학과 문학의 경계를 오가며 사랑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전개한다. 셰익스피어에서 쿤데라까지의 문학과, 소크라테스에서 바디우까지의 철학을 아우르는 사랑에 관한 탐색은 이른바, 사랑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담은 ‘사랑학개론’이라 일컬을 만하다.
Contents
들어가며_ 사랑 앞에 선 문학과 철학 6
1. 사중주로 듣는 사랑의 가벼움과 무거움_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읽기 15
2. 사랑의 진리에서 진리 사랑으로_ 플라톤의 「향연」 읽기 39
3. 나는 사랑한다, 나와 너는 존재한다_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83
4. 행위의 사랑에서 존재의 사랑으로_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사랑 탐구 131
5. 사랑의 구원을 찾아서_ 최인훈의 「가면고」 151
6. 슬프고 고통스러운 사랑 앞에서 물러설 것인가_ 셸러의 사랑과 미움의 현상학 175
7. 사랑의 제단에 바친 그녀_ 사바토의 치명적인 사랑 197
8. 사랑의 복잡성_ 모랭의 사랑학 입문 233
9. 질투와 기만에서 사랑 찾기_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본 스완의 사랑 253
10. 하나 되기에서 ‘둘’의 사랑으로_ 바디우의 사랑 철학 287
11. 우주에 넘치는 슬픈 사랑들_ 칼비노의 사랑 이야기 두 편 317
12. 인간은 사랑하는 동물인가_ 세르의 사랑 인간학 기초 345
13. 사랑의 광기와 진리의 하늘_ 플라톤의 「파이드로스」 읽기 371
14. 소크라테스를 사랑한 알키비아데스 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