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상인 스님은 소임을 맡은 열두어 해를 빼고는 28여 년을 길에서 보냈다. 말 그대로 길을 가는 사람, 도인(道人)의 삶을 실천한 스님이다. 이 책은 그런 스님의 삶의 기록이며,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에 관한 스님이 직접 그린 소박한 초상화와 같은 글이다. 거기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숲과 나무가 그런 것처럼, 하늘과 바람이 그런 것처럼, 물과 불의 조화가 그런 것처럼, 자타불이(自他不二)를 생각하게 하고, 그 속에서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뜨거운 마음을 느끼게 해 준 고마운 인연의 기록들이 이 책이라는 것이 스님의 소박하고 겸손한 설명이다.
오랜 수행을 통한 결과물들이 평이하고 단아한 문체로 기록이 되어있는가 하면, 어려운 경전들을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쉽게 해석하여 마음의 안식을 느끼기에 충분한 여지를 배려한 세심함이 특히 여운을 남긴다. 특히 군위 인각사 시절에 남긴 많은 일화들에서 스님의 보이지 않는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우리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전환을 위해 일연 선사와의 오랜 인연을 되살려낸 노력들과 불사들에 대한 보이지 않은 집념은 수행의 또 다른 면모를 느끼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