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사람들은 마을 어귀나 강과 산이 있는 방향에 숲을 가꾸어 왔다. 계절풍 바람을 막고 홍수에 대비하여 마을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우리나라 마을들은 대체로 배산임수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마을 앞이 텅 비어 있었다. 때문에 강이 범람하거나 겨울철 바람이 들이닥치면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 내야 했다. 어떻게 하면 마을을 지키고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당시 눈앞의 자연 외에 의지할 곳이 없었던 사람들이 떠올린 방법은 땅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었다. 땅의 형상과 변화를 해석하여 땅의 불안정한 지점을 메꾸고자 한 것이다. 사람들은 마을 주위에 숲을 조성하고 돌탑과 선돌을 세웠다. 그러면 땅은 화답이라도 하듯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을 다독였다. 마을에 원인 모를 전염병이 돌거나 나라가 전쟁으로 어수선할 때도 땅은 숲으로 마을을 감싸 사람들을 보호했다. 사람들은 마을을 감싸고 있는 그 숲을 ‘마을숲’이라고 불렀고, 그때부터 인간과 자연 간의 연대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