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2년 가까이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겪고 있다. 인류는 지금도 여전히 커다란 고통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현재의 생활 방식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고, 어떻게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지혜를 짜내야 했다. 코로나19는 전혀 뜻하지 않았고, 당연히 대비 태세도 되어 있지 않은 커다란 충격이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한편 세계가 그 같은 위기에 얼마나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지를 똑똑히 보여주는 거대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경제와 일상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지만, 인류사의 굽이굽이가 그래왔듯 우리는 그럭저럭 답을 찾아가고 있고, 세상도 나름대로 굴러가고 있다. 코로나19를 지나는 동안 재택근무, 비대면, 온라인 수업, 전자 상거래, 배달 산업 등 빠르게 자리 잡은 새로운 삶의 질서는 그 팬데믹이 물러나도 원상 복귀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코로나19는 신속한 백신 개발과 접종에서 보듯 인간의 창의성은 위기 시에 더욱 빛을 발하며, 인류는어떻게든 답을 찾아낸다는 희망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심어주고 있다.”
“옮긴이의 글” 중 일부로 시작하는 이유는 이 글이 책의 주제를 아주 정확하게 요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은 유명한 경제학자 줄리언 사이먼(Julian Simon)의 낙관주의적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그는 자원의 희소성이 커지면 인간의 창의성이 촉발되고 그 도전에 적극적으로 맞선다고 주장한다. 그것을 우리는 사이먼의 가설이라 하는데 저자는 이 책에서 그것을 다시 논의해보려 시도한다. 즉 인간 적응력은 역사를 거치며 점차 커졌으므로 인간의 창의성이 기후 위기를 감소시키는 데 긴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것이다.
기후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고, 둘째는 새로운 위협에 대응해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을 바꿈으로써 위기에 적응하는 것이다. 물론 두 가지를 동시에 병행하는 것이 위기 대처에 올바른 방법이긴 하다. 그런데 이 책은 두 번째 전략에 초점을 맞춘다. 즉 기후 변화가 제기하는 도전이 점차 심각해질 때조차 우리가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개인·기업·정부가 기후 변화에 따른 새로운 위협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는지 탐구한다.
그런데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세계의 1인당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전 지구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다. 개발도상국에서 살아가며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수십억 명의 처지에서는 이러한 소득 증가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을 고려하건대 지속적인 배출은 기후 변화라는 도전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사람들의 생활수준 향상을 보장하는 데 적응은 한층 더 중요해진다.
저자는 그에 따라 기후 변화에 맞선 개인들의 경제적 선택이 어떻게 경제 체제를 변모시키는지 살펴본다. 구체적으로 미시경제학의 도구들을 이용해 기후 변화가 어떻게 우리가 어디서 살아갈지, 어떻게 우리의 식량을 재배할지, 그리고 새로운 유수 기업들이 어느 지역에 위치하기로 선택할지 따위에 관한 결정을 좌우하는지 탐구한다. 그는 빅데이터를 써서 농사를 돕기 위한 에너지와 물 부족 완화 방법을 새롭게 제안한다(10장). 또한 공적 인프라, 재난 구조, 부동산 등과 관련한 정책적 변화를 촉구한다. 한마디로, 이 책은 자본주의가 어떻게 행동 변화를 촉진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기후 변화 문제에 적응하도록 돕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대목은 공공과 민간의 역할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다. 그는 적극적인 공공 정책의 역할을 인정하되, 더러 선한 의도에서 출발한 공공 정책이 뜻하지 않은 부작용과 비효율을 낳는 다양한 실상을 꼬집는다. 그리고 사람들의 기후 적응을 돕는 민간 기업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 기업은 다름 아닌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람들의 총수요를 충족하는 혁신적 아이디어와 적응 제품을 내놓을 거라고, 그 점에 관한 한 공공 부문보다 비교 우위를 점한다고 진단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는 시장의 힘을 믿는다. 또한 저자는 혁신의 연료로서 인간의 창의성, 인적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1980년에 줄리언 사이먼은 “자원 등의 발견은 아마 무한할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이 발견할수록 더 많이 발견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책의 모든 장에는 개인적·집단적 회복 탄력성을 구축하는 데서 인간의 창의성과 인적 자본이 담당하는 역할에 대한 사이먼의 낙관이 깔려 있다.
Contents
머리말: 왜 적응인가
01 기후과학 예측에 관한 미시경제학적 관점
02 일상적 삶의 질
03 가난한 사람들 보호하기
04 공공 인프라 업그레이드
05 기후 변화는 경제 생산성을 위협할까
06 도시의 부동산 보호하기
07 적응을 용이하게 하는 빅데이터 시장
08 부동산 분야의 재해석
09 적응을 촉진하는 법률과 규정의 재해석
10 농업 생산의 혁신(브라이언 케이시, 놀런 존스와 공동 집필)
11 적응을 돕는 세계화와 국제 무역
맺음말: 적응의 연료, 인적 자본
주
참고문헌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우리는 어떻게든 기후 위기에 적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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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매슈 E 칸,김홍옥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USC) 경제학과 교수이다.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노동경제학회(Institute of Labor Economics) 연구원이기도 하다. 시카고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콜롬비아 대학교, 터프츠 대학 플레처 스쿨,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존스홉킨스 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하버드 대학교, 스탠퍼드 대학교,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객원교수를 지냈다. 지은 책으로 《녹색 도시들: 도시의 성장과 환경(Green Cities: Urban Growth and the Environment)》, 도라 L. 코스타(Dora L. Costa)와 공동 집필한 《영웅과 겁쟁이들: 전쟁의 사회적 면모(Heroes and Cowards: The Social Face of War)》, 《기후와 도시: 점차 무더워지는 세상에서 도시들이 번성하는 방법(Climatopolis: How Our Cities Will Thrive in the Hotter World》, 시키 젱(Siqi Zheng)과 공동 집필한 《베이징의 푸른 상공(Blue Skies Over Beijing)》, 맥 매코머스(Mac McComas)와 공동 집필한 《후기 산업 도시의 잠재력(Unlocking the Potential of Post-Industrial Cities》 등이 있다. 도시경제학과 환경경제학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USC) 경제학과 교수이다.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노동경제학회(Institute of Labor Economics) 연구원이기도 하다. 시카고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콜롬비아 대학교, 터프츠 대학 플레처 스쿨,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존스홉킨스 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하버드 대학교, 스탠퍼드 대학교,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객원교수를 지냈다. 지은 책으로 《녹색 도시들: 도시의 성장과 환경(Green Cities: Urban Growth and the Environment)》, 도라 L. 코스타(Dora L. Costa)와 공동 집필한 《영웅과 겁쟁이들: 전쟁의 사회적 면모(Heroes and Cowards: The Social Face of War)》, 《기후와 도시: 점차 무더워지는 세상에서 도시들이 번성하는 방법(Climatopolis: How Our Cities Will Thrive in the Hotter World》, 시키 젱(Siqi Zheng)과 공동 집필한 《베이징의 푸른 상공(Blue Skies Over Beijing)》, 맥 매코머스(Mac McComas)와 공동 집필한 《후기 산업 도시의 잠재력(Unlocking the Potential of Post-Industrial Cities》 등이 있다. 도시경제학과 환경경제학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