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바람은 그로 하여금 단념해 버린 과거로 다시 돌아가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회고나 들춰봄이 아니다. 지금 그가 살아가는 현재 속에 1980년대의 바람이 삼투되는 방식으로 그의 시들은 과거를 보존한다. 기억을 단념한 것 같은 포즈 속에, 그래서 현재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 속에 과거가 간접적, 매개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으로 변경섭 시인은 자신의 과거를 감추면서 드러낸다. 또는 드러내면서 감추는 그 포즈 때문에 이 시집은 깊은 고독감에 휘감겨 있다. 이 시집은 1980년대풍을 버릴 수 없는 사람의 고독한 내면 풍경을 기록하고 있다. ―방민호(문학평론가,서울대 교수)
Contents
시인의 말
제1부
가을, 감빛 물들어갈 때
선재도
가을
전어를 굽다가
가을 연서
붉은 담쟁이덩굴
까마귀 날다
겨울나무
강이 풀리면
꽃이 핀다
꽃, 떨어지다
분꽃씨
秋日 抒情
돌단풍 가을에 시들다
봄동
계절을 잊은
나비의 꿈
천수만에 가다
제2부
산티아고 가는 길
오월이 가기 전에
세월이 약이라더니
그들의 길
은행나무
은행나무 2
은행나무 3
은행나무 4
달팽이의 집
새는 죽었다
나무를 보는 이유
스쳐간 풍경
두 가지 소식
남해 안개
우음도 2
우음도 3
홍어
겨울, 마른 꽃
가창오리는 왜 끊임없이 날아오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