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앵무새 죽이기』, 『모비 딕』, 『기억 전달자』, 『스피크』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오래전 출간되어 큰 호응을 얻었던 소설들이 그래픽노블이라는 새 옷을 입고 독자들을 다시 찾아왔다는 점이다. 소설처럼 밀도 있는 텍스트에 만화의 시각적 요소를 접목시킨 ‘그래픽노블(Graphic Novel)’은 이제 엄연한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하며 시각 예술로 인정받고 있다. 이전에는 특정 독자층을 타깃으로 하는 마블 코믹스나 DC 코믹스 등이 강세였다면, 최근에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성격의 그래픽노블들이 출간되고 있다. 흔히 접하던 만화 형식에 완성도 높은 서사가 담겨 있으니, 활자보다 이미지에 더 친숙한 새로운 세대와 많은 분량의 텍스트에 집중하기 어려운 현대인들에게 환영받고 있는 것이다.
비교적 긴 텍스트이기 때문에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옛 소설들이 현대적인 각색과 세련된 일러스트 작업을 거쳐 더욱 흥미로운 그래픽노블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형식은 확 바뀌었지만 원작이 지니고 있던 주제와 가치는 고스란히 유지한 채 좀 더 쉽고 흥미롭게 독자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 대열에 새로이 합류하는 또 하나의 걸작 그래픽노블이 출간되었다. 바로 판타지 문학의 대가 ‘필립 풀먼’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하는 그래픽노블 『황금 나침반』이다. 필립 풀먼은 J. R. R. 톨킨, C. S. 루이스와 함께 영미 판타지 문학의 3대 거장으로 손꼽히는 작가이다. 그는 다양한 소재와 풍부한 상상력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타고난 스토리텔러’라는 평단의 찬사를 받아 왔다. 대표작 「황금 나침반」 시리즈는 30개 이상의 언어로 출간되어 전 세계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으며,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