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냐의 유령』은 살 빼고 예뻐져서 잘나가는 애들이랑 어울리고 싶은 러시아 이민자 출신 고등학생 아냐의 이야기이다. 러시아 이민자가 미국 사립 학교의 주류가 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더 살도 빼야 하고 예뻐져야 하고 주변 친구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냐에게 늘어나는 건 열등감뿐이다.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운동도 잘하며 아냐의 이상형인 숀과 연애하는 미국인 엘리자베스를 죽었다 깨어나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 설상가상으로 우물에 빠진 아냐는 백 년 동안 그 안에 살고 있던 유령을 만나고, 그 유령은 평소 아냐가 원하는 걸 이룰 수 있게 돕겠다고 나선다. 유령 말대로 하니 진짜 성적도 오르고, 예쁘단 소리도 듣고, 짝사랑하던 남자도 아냐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우물’과 ‘유령’이라는 소재는 여느 문학 작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장치이지만, 『아냐의 유령』의 작가 베라 브로스골은 이 작품에서 두 상징을 이용해 성장기에 누구나 느낄 법한 열등감과 불안감을 깊이 있게 표현해 냈다. 이에 더해 작품 곳곳에 배치된 다양한 상징적 요소와 개성 있는 그림들은 이야기에 활기와 생동감을 더한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애니메이션 회사 ‘라이카’에서 10년 넘게 스토리보드를 그리는 일을 해 온 베라 브로스골의 컷 구성은 그동안 보아 왔던 일반 그래픽노블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속도감 있되 명징하게 전개되는 각 컷들은 주인공 아냐의 심리 상태를 섬세하게 전달한다. 특히 아냐는 작가 자신이 유년 시절 느꼈던 이민자로서의 경험과 감정을 투영해 만든 캐릭터로, 주인공의 고민과 감정들이 더욱 생생하게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민자’가 된 기분을 느낀다. 이곳에도 저곳에도 어느 곳에도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느낌, 그로부터 파생되는 “과연 나는 누구일까? 왜 이것밖에 안 되는 걸까?”라는 질문. 쉽사리 남들에게 드러내지 못하고 가슴 깊은 곳에 묻어 두었던 우리 모두의 이 아픈 기억과 감정들을 『아냐의 유령』을 통해 치유하고, 이제라도 과거의 나를 위로해 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Author
베라 브로스골,원지인
1984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5살이 되던 해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사 ‘라이카’에서 10여 년 동안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일했다. 첫 번째 그래픽노블 『아냐의 유령』으로 미국 최고 권위 만화상인 아이스너 상, 어린이·청소년 블로거들이 직접 선정하는 시빌 상, 미국 만화상 중 하나인 하비 상 등을 수상했으며,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다수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첫 번째 그림책 『날 좀 그냥 내버려 둬!』로 칼데콧 아너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9년 『내 인생 첫 캠프』로 아이스너 상에 다시 한 번 노미네이트되었다. 현재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살고 있다.
1984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5살이 되던 해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사 ‘라이카’에서 10여 년 동안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일했다. 첫 번째 그래픽노블 『아냐의 유령』으로 미국 최고 권위 만화상인 아이스너 상, 어린이·청소년 블로거들이 직접 선정하는 시빌 상, 미국 만화상 중 하나인 하비 상 등을 수상했으며,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다수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첫 번째 그림책 『날 좀 그냥 내버려 둬!』로 칼데콧 아너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9년 『내 인생 첫 캠프』로 아이스너 상에 다시 한 번 노미네이트되었다. 현재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