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언제나 “근원의 슬픔”을 마음속에 품고 살고 있다. ‘겸손’하지 못하고 순정하지 못한 언어란 “업경대(業鏡臺)의 카르마”에 자신의 죄를 항시 비춰보고 반성하는 태도를 통해서. 그 속에 감춰진 “풍문에/ 바람을 받아들인 그는/ 다시 네 발로 걸어다”니려는 낯선 의지를 기다리면서. 이 측면에서 시집의 제목인 ‘사슴뿔을 줍다’란 그렇기에 이름하기 어려운 마음의 한 형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상적이고 표면적인 나이자 언어의 객관적 의미를 넘어서 있는 ‘뿌리’의 순정한 마음. 그 ‘겸손’한 언어를 향한 시인의 의지가 ‘사슴뿔’과 같을 따름이다. 단 주의 깊게 읽어야 하는 것은 그것이 올바르고 명확한 언어로는 결코 오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마치 ‘새들의 노래가 다양한 유전자처럼 멋대로 흩어’질 때만 가능할 언어. 시인의 말처럼 이 ‘푸른 잎사귀를 둔 긴 가지에 핀 예쁜 꽃’은 ‘엉뚱’하고도 예측하지 못한 형태로서만 주어져 있으며 그로서만 도달할 수 있을 테니까.
Contents
시인의 말
제1부
그리움의 뿌리 10
역할 11
예쁜 새 한 마리 12
산통 소리 14
은하수 16
탈레스의 생각 18
감쪽같은 20
새 1 21
사르가소Sargasso 24
로더 킬 26
어떤 상상 28
후박나무 30
관습에 대하여 32
탄생 설화 34
상고대 36
제2부
청명 38
결빙기 40
실은, 고향 집 마당에 42
어머니의 문 44
마음속에서만 존재하는 말 46
사슴뿔을 줍다 48
입동 아침 50
커피를 마시며 52
검은 강 54
오래된 기억 56
중양절 58
낙엽 60
국화 향을 맡으며 62
뻐꾸기가 울고 있네 64
아버지 책상 위에 계시네 66
제3부
바람 전傳 68
부활 70
진주성에서 72
흰 구름을 닮았다 74
장미를 보면서 76
저녁 강가에서 78
절정은 울음이다 80
경칩 날 아침 82
카르마 84
봄날 86
풍장의 서사 87
노을이 불타고 있네, 88
가습기 90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구 92
하지 94
제4부
새 2 96
새 3 98
뫼르소의 변명 100
몽타주 101
딸기 우유를 생각하면서 102
고추잠자리 104
요양 병동에서 106
십일월 108
동짓날에 110
지동설 112
그때마다 114
섣달그믐 116
콜럼버스의 관(Sepulcro de Colon) 118
돌담길 120
봄바람이 지나가는 122
서른여섯 해 123
이창하의 시세계 | 김정현 126
Author
이창하
이창하 시인은 1964년 경북 경주 출생. 2010년 현대시에서 시집 『케이코 요시다의 노래를 듣다가』를 펴내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21년 『시와사상』에서 평론으로 등단했다. 시집 『케이코 요시다의 노래를 듣다가』 『그리움을 프린트하다』 『감사하고 싶은 날』이 있으며, 경남우수작품집상, 유등문학상, 진주예술인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경남도민신문에서 ‘시로 여는 세상’을 연재하고 있다.
이창하 시인은 1964년 경북 경주 출생. 2010년 현대시에서 시집 『케이코 요시다의 노래를 듣다가』를 펴내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21년 『시와사상』에서 평론으로 등단했다. 시집 『케이코 요시다의 노래를 듣다가』 『그리움을 프린트하다』 『감사하고 싶은 날』이 있으며, 경남우수작품집상, 유등문학상, 진주예술인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경남도민신문에서 ‘시로 여는 세상’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