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표기(表記)」편은 유가의 인(仁) 사상과 군자의 덕목을 기록한 문헌이다. 「표기」편은 모두 공자의 말로 기록되어 있는데, 『논어』의 기록과 중복되는 부분도 있고, 『논어』의 기록과 동일한 내용이지만 보다 자세히 설명하는 기록도 있다. 반면 『논어』의 내용과는 상반되는 기록들도 있고, 처세술에 해당하는 내용도 기록되어 있다. 또한 후반부의 내용들은 학자들이 관직에 진출했을 때 갖춰야 하는 덕목과 군주를 선택하는 안목을 집중적으로 기술하고 있으며, 신하가 지켜야 하는 규정들도 수록하고 있다. 이것은 공자 사후 유가학파에서는 인(仁)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었음을 나타낸다. 또한 선진시기의 유가학파는 정계에서 동떨어져 학문에만 매진한 것이 아니며, 『묵자』의 비판처럼 자질구레한 예법에만 치중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즉 유가학파는 끊임없이 정계에 진출하여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공자의 핵심사상인 인(仁)과 현실정치와의 연관성을 기술하게 된 것이며, 관계 진출에 따른 처세와 자세 등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 문헌은 고대 유가의 정치사상을 탐구할 수 있는 중요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