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여 년 전 공자가 『역경』 「설괘전」 제6장에서 이르기를, 終萬物始萬物者莫盛乎艮(종만물시만물자막성호간)이라 하였은즉, 이는 만물의 마침과 새 시작이 간방(동북방)보다 성대함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바이다. 『주역』의 이치 그대로 9천 년 전 이 땅에서 천부경을 필두로 동방의 문명이 시작되었고, 하도와 낙서로 표상되는 음양오행론이 태동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어리석게도 그 위대한 자취들을 모조리 망각하고 있다. 이는 마치 치매라는 중병으로 근본을 잃어버린 병자와 다름이 없는 것이고, 이렇게 참 주인이 스스로를 완전히 망각하고 있으니 엉뚱한 객이 동양문명의 주인인양 행세할 수 있는 것이고, 위대한 유산들은 그 빛을 온전히 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외국의 석학들이 동양정신문화의 뿌리인 천부경의 의미를 물어 와도 참된 의미를 답변해줄 수 있는 형편이 못되고, 음양오행을 표상해주는 하도와 낙서는 진정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죽어서 박제화 된지가 이미 오래되었다. 마땅히 망각의 병을 떨쳐버리고, 문명의 여명기에 우리 선조들이 하늘높이 들어 올렸던 그 위대한 근원들을 모두 회복하고 빛나는 정신문화를 재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인류 문명의 한때를 갈무리하는 동시에 새로운 도약을 도모해야하는 인류사적인 중대 전환기에 서있는 바이기도 하다. 바야흐로 또 하나의 위대한 시작이 이 땅에서 꿈틀거리고 있으며, 그 신호탄이 바로 120여 년 전 김항 선생이 남기신 『정역』이다. 이제 그림자가 천심월을 움직이게 한다는 그 유명한 화두, 영동천심월(影動天心月)의 비밀과 조우하게 될 것이고, 위대한 금화문이 열리는 놀라운 광경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3천년동안이나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제1의 팔괘도인 복희팔괘도가 제2의 팔괘도인 문왕팔괘로 전환되는 이치와 제3의 팔괘도인 정역팔괘가 인류사의 전면에 부상하는 생생한 현장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 의미를 잃어버리고 있던 천부경이 우리의 품으로 다시 살아서 돌아오고, 죽어있던 하도와 낙서가 펄떡펄떡 살아 움직이는 현장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때, 이 땅위에 서있는 바로 우리들의 어깨 위에 그 만물종시의 중대 사명이 놓여 있음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