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버려야 지상의 악마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신문은 찢기지 않을 권리가 없다
수박에게 썰리지 않을 권리가 없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동물에게도 그럴 권리가 없는가?
지은이는 10년 전 결코 지워지지 않을 장면을 목도했다. 저주라도 걸린 듯, 이 땅이 수백만 돼지의 비명을 삼켰던 것이다. 인간에게 동물을 대상으로 지옥을 연출할 권리가 있는지, 동물에게 고통과 죽임을 당할 권리가 없는지, 이 물음에 대한 성찰은 철학자로서 피할 수 없는 숙제라 지은이는 생각했다.
카드놀이에서 상대가 으뜸패를 쥐고 있다면 카드를 접는 것이 상책이다. 권리를 카드놀이의 으뜸패에 비유하듯이, 사회적 합의 등 어떤 이유로도 권리에 대적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권리란 무엇인가? “알 권리를 보장하라.”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보장하라.”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를 보장하라.” 매사에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보면 권리는 가질 만한 것임에 틀림없다. 저자는 ‘권리의 기능은 보유자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데 있다’는 해석에 합류, ‘동물에게 권리가 있다’는 것을 ‘동물은 자신의 이익에 부합된 삶을 살아갈 지위를 가졌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동물의 권리를 입증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
동물권 논쟁의 지형도를 그리다
이 책은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론을 조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동물해방론의 주요 골자인 ‘이익평등고려원칙’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싱어에게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공리주의의 한계를 들어 그에 묻어 가길 거부하고 탐 레건으로 눈을 돌린다. 내재적 가치와 권리를 조우시키는 미답의 항로를 개척한 데 대해 의의를 부여하지만, 결국 레건호에의 승선도 사양하고 ‘욕구에 기반한 동물권옹호론’을 대안으로 내놓는다.
이 책은 자칫 건조할 수 있는 철학적 주장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동물권 논쟁을 선도한 주역은 피터 싱어(Peter Singer)와 탐 레건(Tom Regan)이었다. 저자는 두 철학자의 주장을 단편적으로 전달하지 않는다. 논의의 흐름을 이어 총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다. 그들 주장의 단면을 단계적으로 늘어놓고 매 단계 연결고리에 대한 설명에 방점을 찍는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조각을 맞춰가며 전체 그림을 파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싱어와 레건 그리고 제3의 해법에 대한 저자의 논조를 따라가다 보면 동물권 논쟁의 지형도가 그려진다.
Contents
들어가기
PART 1 동물해방의 첨병: 피터 싱어와 탐 레건
제1장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론
1. 싱어와 레건의 정체성
2. 싱어와 공리주의
3. 선호/쾌락 공리주의와 싱어
4. 평등이념의 구현
5. 싱어에 묻어가기 어려운 이유
제2장 탐 레건의 동물권옹호론
1. 논의에 앞서
2. 레건호의 항로
3. 레건의 항해술
4. 인간과 동물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
5. 레건호에 승선할 수 없는 이유
PART 2 대안 찾기: 욕구에 기반한 이익 권리론
제3장 권리 좌표로서의 이익
1. 논의에 앞서
2. 정신능력을 들어 동물의 권리를 부정할 수 없는 이유는?
3. 권리와 이익
[ 부록 ]
PART 2에 대한 의문점 해소하기
a. 레이몬드 프레이(Raymond Frey): 동물은 욕구를 가질 수 없다
b. 도널드 데이빗슨(Donald Davidson): 동물은 욕구를 가질 수 없다
c. 조엘 파인버그(Joel Feinberg): 동물은 인간과 동등한 권리를 갖지 못했다
d. 메리 워런(Mary Warren): 동물은 인간과 동등한 권리를 갖지 못했다
논의된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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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임종식
“나는 친구를 먹지 않는다.” 친구를 먹지 않았던 극작가 버나드 쇼를 좋아한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법정스님의 축원을 되뇌인다. “인간에게는 비폭력적이고 힘없는 동물을 죽이고 적대시하는 것은 사탄의 철학이다”는 피타고라스의 언명에 공감한다. 인간의 고통이건 돼지의 고통이건 고통은 고통으로 여긴다. 동물학대범들은 이승의 기억을 안고 축생도로 환생, 자신과 똑 같은 인간을 만나길 기대한다. 좋아하는 겨울이 와도 길고양이들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다.
성균관대학교 유학과를 졸업하고 위스콘신 대학교(Univ. of Wisconsin-Madison) 철학과에서 윤리학과 행위철학 분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와 카이스트에서 강의를 했으며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로 있다. ≪형사법과 살해의도≫, ≪인간, 위대한 기적인가 지상의 악마인가?≫, ≪낙태 논쟁, 보수주의를 낙태하다≫ 등의 저서가 있고 ≪과학의 발전과 윤리적 고민≫을 편집했으며 ≪생명의 위기≫, ≪2020 미래한국≫, ≪지식의 최전선≫ 등의 공저가 있다. 생명과 관련된 윤리적인 물음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죽음과 관련된 형이상학적 물음과 신과 관련된 철학적 물음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인간우월주의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인간중심 평등주의 철학의 이단자로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나는 친구를 먹지 않는다.” 친구를 먹지 않았던 극작가 버나드 쇼를 좋아한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법정스님의 축원을 되뇌인다. “인간에게는 비폭력적이고 힘없는 동물을 죽이고 적대시하는 것은 사탄의 철학이다”는 피타고라스의 언명에 공감한다. 인간의 고통이건 돼지의 고통이건 고통은 고통으로 여긴다. 동물학대범들은 이승의 기억을 안고 축생도로 환생, 자신과 똑 같은 인간을 만나길 기대한다. 좋아하는 겨울이 와도 길고양이들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다.
성균관대학교 유학과를 졸업하고 위스콘신 대학교(Univ. of Wisconsin-Madison) 철학과에서 윤리학과 행위철학 분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와 카이스트에서 강의를 했으며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로 있다. ≪형사법과 살해의도≫, ≪인간, 위대한 기적인가 지상의 악마인가?≫, ≪낙태 논쟁, 보수주의를 낙태하다≫ 등의 저서가 있고 ≪과학의 발전과 윤리적 고민≫을 편집했으며 ≪생명의 위기≫, ≪2020 미래한국≫, ≪지식의 최전선≫ 등의 공저가 있다. 생명과 관련된 윤리적인 물음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죽음과 관련된 형이상학적 물음과 신과 관련된 철학적 물음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인간우월주의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인간중심 평등주의 철학의 이단자로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