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의 [중등문범]은, 본 근대독본총서에 포함된 정인승의 [한글독본]과 함께 정음사 [부독본총서] 중의 한 권으로 1946년에 간행되었다. 정음사 [부독본총서]는 “교재난을 타개키 위하여(최영해, ?사축동잡록?, [근대서지] 9호, 근대서지학회, 2014.6, 148쪽)” 기획된 것으로, 전체 6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방기 국어 교과서의 부족과 급조 사태를 감안하였을 때, ‘부독본’이긴 하지만 ‘교과서의 보조 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해방 이후 중등 교과용 도서를 목적으로 간행된 [중등문범](1946)과 [중등작문](1948)이 박태원 문장론의 집성이라 할 수 있다. [중등문범]이 작품의 구절들만을 따서 묶은 문범집이라면, [중등작문]은 작문에 대한 박태원의 생각이 [문장강화]처럼 강화(講話: 강의하듯 쉽게 풀어서 한 이야기)의 형태로 기술된 책이다. 문장 짓기의 방법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인용문을 나열하는 식이다. [중등작문]은 그간 박태원 연보에서 존재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으나, 최근 [근대서지] 9호(2014 상반기)에 영인되어 실렸다. [중등문범]과 [중등작문]은 상호 보완적인 텍스트로서, 함께 살피는 것이 박태원의 문장 의식을 파악하기에 용이하다.
문범으로 뽑은 글들을 바탕으로 박태원의 의도를 짐작해 보자면, 사계절의 변화와 그에 따른 자연의 묘사 등을 감정의 섬세함뿐 아니라, 그러한 감정을 바탕으로 작성되는 문장의 섬세함을 담보할 수 있는 유효한 도구로 인식하였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장들을 제대로 읽고 감상한 사람은 [중등작문]에서 언급한 “진실”에 위배되지 않은 글을 짓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박태원의 [중등문범]은 그동안 접근이 쉽지 않았던 박태원의 문장론, 문장 의식을 추출할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Contents
일러두기
총서를 내며: 독본이라는 근대의 창(窓)
해제: [중등문범]과 박태원의 문장론, 문장 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