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 『퀴닝』(‘인간의 조건’ 개정판)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두 번째 책 『고기로 태어나서』로 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교양 부문)을 수상한 작가 한승태가 ‘사라지는 직업들의 풍경’을 기록한 신작 『어떤 동사의 멸종』을 펴냈다. 여러 보고서에서 지목한 ‘기술의 발달로 머지않아 대체될(사라질) 직업’ 가운데 그 확률이 높은 네 직업의 어쩌면 마지막일 모습을 담고자 했다. 작가가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느끼며 기록한 네 직업은 ‘콜센터 상담, 택배 상하차, 뷔페식당 주방, 빌딩 청소’다. 책 제목과 연관 지어 ‘동사’로 표현한다면 각각 ‘전화하다, 운반하다, 요리하다, 청소하다’이다. 작가는 이들 직업을 두루 겪으며 그 풍경의 안과 밖을, 그 가운데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세세하게 담아냈다. 이들 ‘직업-동사’를 미화하지도 않는다. 다만 작가는 그 어둡고 무거운 풍경을 익살스럽고 유쾌하면서도 쓴맛을 다시게 만드는 작가 특유의 문체로 들려줄 뿐이다. 어둡다고 안 보이게 하거나 무겁다고 짓눌리게 하지도 않는다. 이들 ‘직업-동사’의 마지막일지도 모를 모습을 그는 풍자와 해학이 담긴 실없는 농담과 비유를 섞어 드러내며 우리의 가슴께를 찌릿하게 만든다.
우리 모두는 그 풍경 속의 당사자이거나 관찰자다. 어느 쪽이건 우리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이다. 한 치 앞을 모른다는 측면에서 어쩌면 우리 모두가 당사자다. 하여, 거스를 수 없는 시대 변화의 길목에서 우리가 지을 수밖에 없는 표정이 있을지 모른다. 아마도 그 표정을 이 책을 읽을 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으리라. ‘이세돌은 과연 알파고에게 졌을까, 이겼을까?’ 이 질문이 아직은 유효하다고 믿는다. ‘터미네이터’의 시대, ‘메트릭스’의 시대가 도래하더라도 그 질문의 답이 무엇일지, 그게 어떤 결말을 의미할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읽는다’라는 동사마저 위태로운 지금, 그 질문에 쉽사리 답하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Contents
시작하며: 소개하다
1부 전화받다
2부 운반하다
3부 요리하다
4부 청소하다
마무리하며: 쓰다
Author
한승태
창원에서 태어났고 서울에서 자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꽃게잡이 배, 주유소, 양돈장 등에서 일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선배 작가의 표현을 빌려보자면, 서울의 주인들이 그럴듯한 일자리를 맡겨주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일들의 기록자로 임명했다. 요즘은 저자 소개란이 두툼해질 수 있게 좀 열심히 살 걸 하는 후회를 곱씹으며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전국을 떠돌며 농업, 어업, 축산업, 제조업, 서비스업계에서 닥치는 대로 일하면서 틈틈이 기록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쓴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저질 유머로 가득한 치기 어린 책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인간의 조건』이 있다.
창원에서 태어났고 서울에서 자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꽃게잡이 배, 주유소, 양돈장 등에서 일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선배 작가의 표현을 빌려보자면, 서울의 주인들이 그럴듯한 일자리를 맡겨주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일들의 기록자로 임명했다. 요즘은 저자 소개란이 두툼해질 수 있게 좀 열심히 살 걸 하는 후회를 곱씹으며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전국을 떠돌며 농업, 어업, 축산업, 제조업, 서비스업계에서 닥치는 대로 일하면서 틈틈이 기록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쓴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저질 유머로 가득한 치기 어린 책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인간의 조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