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유출될 뻔한 기술을 수사기관의 공조로 막았다는 뉴스를 종종 볼 수 있다. 뉴스를 본 사람들은 대개 “자원 없는 나라의 핵심 경쟁력인 기술이 유출된다는 건 국가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논리에 수긍하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익을 팔아먹은 ‘산업스파이’를 매국노로 여기며 분개한다. 기술유출 사건에 국민적 관심이 폭발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발표와 언론보도 내용이 상당히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억대도 큰돈인데, 예상 피해액이 수천 억, 수조 원에 이른다고 보도하면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마치 레이스를 펼치는 것처럼 사건 피해액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도난당한 열정』은 현직 기자가 기술유출 사건들의 실상을 심층 취재한 기록이다. 이형종 교수 사건과 국민기업 포스코의 기술유출 사건을 비롯해 저자가 취재한 사건들의 진상은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이 책이 흥미로운 읽을거리로만 그쳐서는 안 되는 것이, 사건에 휘말린 과학기술자들은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기업과 국가기관과 언론이 과학기술자의 인권과 자유를 얼마나 가볍게 취급하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이 얼마나 단순하게 언론 보도만 믿고서 같은 사회의 일원인 과학기술자들을 매도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저자는 예상 피해액은 말 그대로 기술이 빠져나갈 경우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은 예상 피해액 자체의 불확실성 때문에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예상 피해액이 실제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액인 것처럼 확정돼 공개되고, 특히 정책을 만드는 데 통계로 활용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