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모든 토지와 주민이 국민국가의 경계, 곧 국경에 의해 빈틈없이 분할되어 ‘영토’와 ‘국민’으로 포섭되어버린 오늘날에도 술루제도의 해역세계는 그러한 오늘날의 세계시스템의 상식적인 틀에 완전히 들어맞지 않는 특질을 얼마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 술루제도도 현재 국민국가인 필리핀 공화국의 일부라는 사실과 그에 따른 국가와 국경의 존재는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세계의 이동하는 해민들의 생활방식과 문화적·종교적 실천 속에서 국가가 규정한 틀의 ‘경계를 뛰어넘는’ 활동들이 현저히 확인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목적은 이러한 어민과 해상교역민, ‘해적’ 등 이동하는 해민을 비롯해 술루 해역세계의 사람들의 여러 실천들을 저자의 현지조사에 기초해 소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삶과 식민지 시기 이후 이 바다 세계에 덧씌워진 〈경계〉와의 관계에 대해 고찰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적이다.
Contents
머리말
1_ ‘지구화’를 둘러싼 언설이 이야기하지 않는 것
2_ 술루 해역세계: 한 주변세계로부터
제1장 해역세계와 그 네트워크
1_ 해역세계의 네트워크
2_ 식민지시기 이전 동남아시아 해역세계의 국가·사회상
3_ 해역세계로서 술루
4_ 해민(海民)에게서 본 역사
5_ ‘그 후’의 해역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