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아기가 태어나지 않은 마을이 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아기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이 마을 사람들은 아기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신혼부부에게 아기가 생겼습니다. 그러자 만나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합니다. ‘큰일 났다, 회사는 끝이다, 잠은 다 잤다, 자유는 물 건너갔다, 고생을 왜 사서 하나, 애 키우는 게 쉬운 줄 아나, 돈은 또 얼마나 많이 드는 줄 아나….’ 그들은 진심으로 두 사람을 위해 아기가 생긴 일이 얼마나 나쁜 일인지 가르쳐주고 걱정해 주었습니다.
그런 말들이 진심으로 걱정해서 해주는 말인 줄 누가 모를까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마음속에 막연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기쁨과 기대가 솟아올랐다는 거예요. ‘누굴 닮았을까, 건강할까, 남자일까 여자일까, 잘 웃는 아이일까…?’
엄마 뱃속의 아가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랍니다. 하지만 엄마는 배가 불러오면 올수록 먹기도 자기도 걷기도 힘들어졌고, 열 달이 꽉 차자 너무 무거워진 몸 때문에 거동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러고는 드디어 도저히 참아내기 힘든, 하늘이 노래져서 앞이 제대로 안 보이는,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이러다 곧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은 극심한 통증이 밀려옵니다. 그때, 응애! 아기가 태어났어요. 근데, 헉…
아기를 가졌다는 소식에 걱정 반, 타박 반 섞어 한소리 했던 사람들은 어디 갔을까요?
새 생명의 탄생이 사람을 바꾸고 마을을 바꾸는 모습이 따뜻합니다. 어머, 그러고 보니 마을의 밤 풍경이 살짝 달라졌네요. 찾으셨나요?
Author
전정숙,이장미
오랜 시간 편집자로 헝클어진 글자들을 제자리에 가지런히 놓아 주는 일을 해 오면서 한글의 매력에 빠졌다. 어느 날부터인가 한글 자모 하나하나가 모두 캐릭터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의 영감으로 이야기를 지었다. 그림책 아카이브를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팟캐스트 [그림책 따따따]를 이끌며, 책이 책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지고 공유되는 방법을 궁리한다. 글을 쓴 그림책으로 『딸기 별이』, 『들어갈 수 없습니다!』, 『없다 업다』 등이 있다.
오랜 시간 편집자로 헝클어진 글자들을 제자리에 가지런히 놓아 주는 일을 해 오면서 한글의 매력에 빠졌다. 어느 날부터인가 한글 자모 하나하나가 모두 캐릭터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의 영감으로 이야기를 지었다. 그림책 아카이브를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팟캐스트 [그림책 따따따]를 이끌며, 책이 책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지고 공유되는 방법을 궁리한다. 글을 쓴 그림책으로 『딸기 별이』, 『들어갈 수 없습니다!』, 『없다 업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