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방샤방 예쁘기만 한 어린이 그림책들만 보아온 국내 어린이 독자들은 물론 책 좀 본다 하는 리뷰어들도 너무나 낯설게만 느껴지는, 꽤 취향을 타는 그림책일 것입니다. 내용도 독자가 제 맘대로 보고 여러 가지로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보니 어렵다는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그림책은 보는 이에 따라 읽고 싶은 대로 읽고, 보고 싶은 대로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습니다. 한 편의 역사 드라마가 될 수도, 한 편의 전쟁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다툼의 어리석음을 그리고 있는 것 같지만 인간의 욕심이나 소통, 어부지리 같은......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매력도 놓쳐서는 안 될 관전 포인트입니다.
이 그림책은 두 진영의 다툼을 다룬 작품입니다. 서로 다른 두 진영(이슬람과 잉카 문명의 느낌이 나는 의상과 문양) 사이에 멧돼지 한 마리를 두고 싸움이 벌어집니다. 서로 먼저 화살을 꽂았다고 우기는 두 병사는 각자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 왕에게 보고합니다. 발끈한 왕들은 당장 군사들을 출동시킵니다. 하지만 피 터지는 싸움을 벌인 끝에 결국 모두 전멸해 버리고 맙니다. 그때 하늘에서 처음부터 두 진영의 다툼을 지켜보던 까마귀 한 마리가 내려와 멧돼지를 가로채서는 유유히 사라집니다. "사루비루사 사루비루사!"를 외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