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려 병원 다녀오던 날, 아파트 정원에는 벚꽃이 활짝 피었어. 엄마는 벚꽃이 예쁘다지만, 난 벚나무 아래에 있던 네가 맘에 들었어. 나처럼 키 작은 꼬맹이라서!
그런데 아빠가 넌 나처럼 쑥쑥 자라기 힘들대.
벚나무들이 햇빛을 가렸기 때문이래. 어떡하지?
한여름 나무들은 모두 싱싱한 초록색 옷을 입었는데, 넌 주사를 맞고 있어. 머리카락도 자꾸 빠지고... 어디가 그렇게 아픈 거니?
어두운 밤에도 네 옆에는 환하게 불이 켜있더라. 저렇게 불을 켜놓으면 어떻게 잠을 자? 몸도 아픈데, 넌 잠도 못 자는구나.
가을도 지나고 펑펑 눈 내리는 겨울이 왔어. 난 네게 따스한 목도리를 둘러주면서 약속했지. 나도 감기에 걸리지 않을 테니까 너도 새봄까지 아픈 거 꼭꼭 다 나으라고!
그래, 알아. 내가 먼저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 감기에 걸려서 며칠 동안 입원했거든.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너를 찾아갔는데 네가 보이지를 않아. 엄마는 너도 나처럼 병원에 입원한 거래. 훌륭한 나무 의사 선생님이 병을 고쳐주실 거래. 하지만 난 정말 네가 걱정돼.
다시 새봄이야. 벚꽃이 활짝 피었는데 난 자꾸 눈물이 나. 네 자리를 다른 나무가 차지하는 걸 보니까 너무 속상해. 근데 너 지금도 많이 아픈 거니? 보고 싶다, 꼬맹아!
Author
손혜진
아동 의류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림과 책을 좋아하는 문화 소비자에서 그림책 작가로 문화 생산자가 되기 위해 용기를 내었습니다. 의류용 그리픽 디자인 개발, 도안 개발, 동화 삽화 작업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그립니다. 그린 책으로는 『베니스의 상인』, 『화학자 보일』 등이 있고, 쓰고 그린 책으로는 『꼬맹이에게』가 있습니다.
아동 의류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림과 책을 좋아하는 문화 소비자에서 그림책 작가로 문화 생산자가 되기 위해 용기를 내었습니다. 의류용 그리픽 디자인 개발, 도안 개발, 동화 삽화 작업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그립니다. 그린 책으로는 『베니스의 상인』, 『화학자 보일』 등이 있고, 쓰고 그린 책으로는 『꼬맹이에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