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단 둘이 사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빠는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아빠가 ‘아빠 봉다리’라고 부르는 군것질 봉지를 가져옵니다. ‘아빠 봉다리’ 안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보름달빵이나 젤리, 사탕이 들어 있습니다. 아빠는 들어오자마자 발을 씻고 양말부터 빱니다. 보름달빵을 가져온 날, 아이가 아빠에게 묻습니다. 아빠의 발은 늘 왜 그렇게 냄새가 지독한지... 아빠가 대답합니다.
“보름달 빵 구해오느라 그래.”
아빠는 어마어마하게 높은 야구장 조명탑에 올라가 고장 난 전등을 갈아 끼우고 보름달빵을 구해왔습니다. 그 말을 듣던 아이가 상상의 나래를 폅니다. 아빠가 용감하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아름드리 나무에서 보름달빵을 따는 모습을 그려본니다. 아빠의 팔에는 소중한 보름달빵을 담을 ‘아빠 봉다리’가 걸쳐 있습니다.
아빠의 발 냄새에서 시작한 둘의 대화는 며칠 전 어린이집 앞에서 받았던 젤리와 공원에서 받았던 보석반지 사탕으로 이어집니다. 아이는 오색 젤리가 둥둥 떠다니는 한밤의 한강과 갖가지 보석으로 호화롭게 치장한 터널 안을 상상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아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아빠 봉다리’는 보석반지 사탕이라는 말을 합니다. 아이에게서 그 이유를 듣던 아빠는 눈을 감고 가만히 있습니다. 너무 고단해서 잠이 든 걸까요? 아이는 아빠가 화난 게 아닐까 조바심이 납니다.
Author
송예은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한겨레그림책학교에서 그림책을 공부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창의인재 교육과정을 수료하였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25미터』가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한겨레그림책학교에서 그림책을 공부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창의인재 교육과정을 수료하였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25미터』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