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안개가 감도는 자작나무 숲 속, 검은 개가 작은 화분을 바라봅니다. 화분에 연꽃 한 송이가 막 피어나고 있었지요. 피어나는 연꽃을 본 검은 개는 손님 맞을 준비를 합니다. 자작나무를 다듬어 조그만 배를 만들고, 피리를 손질하고, 등불을 밝힙니다. 바로 그 시각, 강아지 한 마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공원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매일 친구와 함께 걷던 길인데 오늘은 강아지 혼자입니다. 다시 홀로 기차에 오른 강아지는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봅니다. 친구와 함께 여행 가던 날 탔던 바로 그 기차 안이지요. 바깥은 노을이 붉게 번져 가는 저물녘, 차창에 비친 강아지의 얼굴이 쓸쓸합니다.
『혼자 가야 해』는 반려견의 죽음을 소재로 해서 죽음의 세계를 향한 강아지의 여행을 다루고 있습니다. 흔히 공포의 대상으로 그려지는 죽음의 신을 작가는 과묵하지만 사려 깊은 검은 개로 표현하였습니다. 그리고 강아지의 순수한 영혼을 아름다운 연꽃으로, 삶과 죽음 사이에 놓여 있을지도 모르는 미지의 공간을 푸른 안개가 감도는 신비한 숲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죽음을 슬픔이 아니라 또 하나의 여행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