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당나귀』는 기형도의 시 「숲으로 된 성벽」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원작에서 농부들과 함께 성벽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작은 당나귀는 작가의 상상 속에서 ‘당나귀 머리를 한 소녀’로 다시 태어납니다. 작은 당나귀는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신비한 숲을 찾아 떠나지만, 골동품 상인은 혹시 그곳에 있을지도 모를 보물을 손에 넣으려고 무자비한 폭력으로 숲을 파괴합니다. 작가는 이 책으로, 2008년 CJ그림책축제 일러스트레이션상을 수상했습니다.
작은 당나귀는 도시에 살아요. 아침마다 지하철을 타고 수많은 사람들 틈에 부대끼며 일터로 가지요. 작은 당나귀는 언제나 떠나는 꿈을 꿔요. 어딘가 평화로운 곳으로 향하는 꿈. 하지만 늘 똑같은 하루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시에 떠돌이 시인이 나타납니다. 그는 도시의 끝에 있는 신비한 숲에 대해 노래해요. 소리 없는 이들만 들어갈 수 있는 울창한 숲 속에 평화로운 성이 있다고……. 그 성이 바로 자신이 꿈꿔온 곳이라고 믿은 작은 당나귀는 택시를 타고 도시 끝으로 떠납니다. 그리고 신비한 숲 앞에서 가만히 숨을 멈춥니다. 이미 신비한 숲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작은 당나귀는 도시 생활이 전처럼 숨 막히지 않습니다. 작은 당나귀는 마음 속에 숲을 품고, 그 숲을 기르면서 도시에서도 자신만의 평화로운 성에 살게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