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이슬이 맺힌 마당의 잔디를 맨발로 밟고, 테라스에서 긴 초여름의 오렌지빛 해를 느끼는 순간들. 네모반듯한 아파트에서는 이뤄지기 힘든 일상의 소망들이다. 그러나 그 소망의 실현을 삶의 최우선 가치로 삼은 사람들이 있다. 때때로 그 모습을 바꾸는, 삶의 모양을 찾아 편리하고 안정적인 아파트를 떠난 것이다. 아파트 천국인 이 땅에서 그들은 어떻게 선뜻 주택 살이를 결정할 수 있었을까? 남들보다 자산이 월등히 많아서? 부동산 혹은 건축 전문가라서?
비록 지금은 아파트에 살지만 안온한 주택 살이를 꿈꾸는, 주거 공간과 라이프스타일에 관해 깊은 관심을 가진 최민아 LH 수석연구위원이 펜을 들었다. 저자는 아파트 광풍이 휩쓴 지난 7~8년간 과감히 주택 살이를 택한 사람들의 다섯 가족에 집중했다.
1장은 직장과 멀지 않은 서울 도심, 효창공원 인근에 터전을 잡은 부부가 주인공이다. 전셋집에서 출발해 결국 한 평 마당이 딸린 도시형 한옥 고쳐 쓰는 이야기는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2030 세대가 공감하기 좋은 사례다. 2장은 프리랜서로 재택근무가 많은 부부의 직주일체 성공기다. 3대 가족 구성원에 맞춰 다채로운 공간 구성을 한 집이 배경이다. 3장은 서울과 강릉, 오도이촌을 실현한 가족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공유 공간’의 꿈을 실현한 강릉 집은 일상을 여행하듯 살아가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4장은 임대형 단독주택인 로렌하우스를 배경으로 한다. 집 짓기가 두려운 이들이 주택 생활을 미리 맛볼 수 있는 체험의 장이다. 5장은 건축설계 과정부터 시공까지, 집 짓기 수렁에 빠졌다가 탈출한 부부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계약과 비용, 누수까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를 대하는 태도와 방법에 대해 일러준다.
당연히 모든 여정은 가시밭길이다. 집 짓기를 해본 주인공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몇 년을 찾아다녀도 만나기 힘든 알맞은 땅, 만만찮은 예산에 시시각각 불어나는 추가 비용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마음 맞는 건축가와 시공사를 찾는 데도 엄청난 수고가 필요할뿐더러 이 파트너들과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고.
산전수전을 다 겪은 끝에 집을 짓고 나면 이제 한시름 놔도 되는 걸까? 예상과 달리 준공은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다. 여기저기 나타나는 누수 현상부터 살다 보니 아쉽게 느껴지는 소소한 디테일까지. 그럼에도 이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게 한 가지 더 있다. 아파트를 떠나기로 한 과거의 선택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Contents
들어가며 6
1장 한 평 마당 집
서울 한복판의 동네 찾기 13
작아서 살 수 있었던 집 19
마당이 있는 집 21
집 짓기 준비 25
고난의 한겨울 소액 리모델링 33
이상하게 넓은 집 42
생활 중간보고서 50
또 다른 집을 꿈꾸며 52
또 다른 나의 발견 57
2장 한 바구니에 담은 봄날의 행복
일요일 아침의 공중부양 63
달걀은 모두 한 바구니에 64
우연을 가장한 필연? 66
즐거운 기다림 70
원칙 세우기 71
잘할 것과 나중에 할 것 78
입주, 또 다른 시작 80
가장 큰 선물, 이웃 88
사람과 집은 함께 변한다 89
다음 집을 기약하며 97
3장 로컬의 선물, 이음과 확장
이민 가방 네 개 101
돌아오니 집이 없다 103
두 개의 바람, 두 개의 공간 106
오직 ‘강릉’에서만 109
더 넓어진, 더 함께하는 113
트리플 ‘어쩌다’ 115
90살 한옥의 재탄생 120
셰익스피어는 말했다. ‘투쟁이냐 타협이냐’ 126
숙제와 밀린 일 속의 생활은 안녕 131
집이 남긴 숙제 133
집과 우리의 지속가능성 136
함께, 더 가치 있게 139
4장 나 홀로 도시 속 든든한 마을 살이
새내기 초등학생의 바쁜 아침 141
낮은 에너지 + 임대주택 144
내겐 너무 완벽한 그 집 145
단독주택이 블록형이다? 150
리츠라고요? 155
내겐 너무 완벽한 그 집 157
달라진 생활 159
함께 산다는 것 164
남편에게 단독주택은 168
부족한 2% 171
다음에 살 집은? 176
사계절이 있는 집 177
5장 집수리의 모든 것
비 새는 집 181
지붕 위의 수영복 맨 184
기묘한 보은 188
맛집 투어보다 내 집 투어 193
방탱이 마을의 만남 195
잘못된 만남 199
귀인을 만나다 203
설계보다 중요한 시공 207
좋은 집은 한 사람의 노력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208
바람과 실현 212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 215
다시 물 이야기로 218
다채로움의 발견 223
집도 나도 완숙해진다 226
또 다른 집을 짓는다면 228
글을 마무리하며 232
Author
최민아
도시계획가, 건축가. 역사와 시대의 변화, 사회와 문화의 특성이 공간으로 표출되는 도시를 탐구하고, 지속가능한 주거와 사회를 위한 계획 및 연구에 주목한다. LH 토지주택연구원의 연구위원이며, 행정중심복합도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파리 8대학교에서 건축학 박사, 파리-라빌레트 국립고등건축학교에서 프랑스 건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메트로폴리스 파리 메트로폴리스 서울』(2017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도시는 만남과 시간으로 태어난다』 『눈 감고, 도시』(2019 경기우수출판 컨텐츠 인문분야 선정) 『우선 집부터, 사회주택』 『앞서지 않아도 행복한 아이들』과 공동 집필한 『Figures Plurielles de l’Urbanisation Diffuse』가 있다.
도시계획가, 건축가. 역사와 시대의 변화, 사회와 문화의 특성이 공간으로 표출되는 도시를 탐구하고, 지속가능한 주거와 사회를 위한 계획 및 연구에 주목한다. LH 토지주택연구원의 연구위원이며, 행정중심복합도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파리 8대학교에서 건축학 박사, 파리-라빌레트 국립고등건축학교에서 프랑스 건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메트로폴리스 파리 메트로폴리스 서울』(2017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도시는 만남과 시간으로 태어난다』 『눈 감고, 도시』(2019 경기우수출판 컨텐츠 인문분야 선정) 『우선 집부터, 사회주택』 『앞서지 않아도 행복한 아이들』과 공동 집필한 『Figures Plurielles de l’Urbanisation Diffuse』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