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이 읽는 게 ‘어린이의 권리 헌장’? 교육의 본질은 아이들의 성장과 행복이라는 믿음이 깊게 깔린 프랑스. 그 속에서 두 아이와 함께 프랑스 교육 시스템을 몸소 체험한 저자는, 수십 년째 쳇바퀴인 우리 교육에 자그마한 변화의 바람을 이끌기 위해 펜을 들었다. 흔히 프랑스 아이들은 다른 무엇보다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며, 창의성 넘치게 자란다고 말한다. 살벌하게 경쟁하는 엘리트 양성 시스템도 여전한데, 줄 세우기가 아닌 ‘어떤 방식’으로 교육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걸까? 프랑스 학교에서는 우리 눈이 휘둥그레지는 일이 펼쳐진다. 초등학생이 유급을 밥 먹듯이 하고, 같은 학년을 한 해 더 다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비인간적이라 손가락질할 정도. 부모와 학교, 선생님은 아이가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아가게끔 거들 뿐이다. 그러다 보니 유급한 친구도, 진급한 친구도 서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은 어떨까? 상상 밖, 그 이상이다. 귀족의 별장이었던 고풍스러운 대저택이 교사로 쓰인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유학생 부모를 둔 아이들도 이런 학교에 입학하는 데 경제적 부담이 적다. 소득에 따른 수업료 차등이 교육 시스템에도 녹아 있다. ‘바칼로레아’ 시험장에서 아이들은 자유분방하다. 시리얼에 우유를 부어 먹고 애지중지 아끼는 인형을 만지작거린다. 스산한 바람이 부는 입시철이 되면 긴장감으로 살벌한 우리의 학교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그렇다고 마냥 자유롭고, 평등의 가치만을 강조할까?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밤낮으로 치열하게, 대한민국 고3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경쟁한다. 그랑 제콜 준비반 학생들은 밤잠도 잊은 채 코피 터지게 공부한다. 엘리트 교육 기관인 ‘그랑 제콜’은 말 그대로, 수재 양성소다. 모두에게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되, 전문 영역의 인재는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거르고 또 거른다. 물론 고소득층의 사교육 열기는 국경을 초월한 공통분모다. 파리 상류층 부모들의 자녀 교육열은 우리 부모들의 ‘맹모삼천지교’ 못지않다. 그렇지만 우선 ‘부모의 소득, 계층에 상관없이 교육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는 믿음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약자, 소외된 계층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촘촘히 갖춰져 있다.
능력 있는 부모가 주도하는 교육 기회의 대물림 현상, 대학 입학생 양성소로 전락한 우리 교육의 불합리와 폐해는 모두가 뻔히 알면서도 관성처럼 이어진다. 수학과 과학조차 암기 위주로, 경직된 ‘입시 인문’이 강조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할지, 사회적 합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전작 『우선 집부터, 파리의 사회주택』으로 프랑스 사회의 주거 권리를 면밀하게 탐구했던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우리 교육 전반을 돌아보고 더 나은 길을 제시한다.
Contents
작가의 글 6
1장 프랑스 의대는 뺑뺑이로 들어간다
1. 마약이란 게 바로 이런 걸까 19
2. ?SKY 캐슬?의 프랑스 버전 22
3. 뺑뺑이가 맞는 이유 27
2장 바칼로레아는 입학이 아닌 졸업 시험
1. 3, 5, 4, 3 39
2. 3개의 바칼로레아 41
3. 졸업장의 진짜 의미 45
4. Life Change Exam? 49
5. 바칼로레아 들여다보기 52
6. 시험장의 시리얼과 헝겊 인형 60
7. 공평함을 빙자한 책임 회피 64
8. 결과에 목매지 않는 시스템 69
9. 인지대 없는 대입 74
3장 무엇이 얼마나 다를까?
1. 당신 정말 교장 선생님 맞나요? 81
2. 국어는 도덕이 아니기에… 88
3. 어디까지가 공교육일까 95
4. 공개 수업의 묘한 광경 99
5. 세상의 중심이 내가 될 수 없는 이유 104
6. 코로나와 교육의 우선권 109
4장 아이들의 학교생활
1. 모든 것의 출발점, 어린이의 기본권 119
2. 별 보고 나가 별 보고 돌아오는 중학생의 하루 126
3. 너무나 즐거운 레크레 시간 131
4. 한겨울의 수영 수업 136
5. 0~20, 성적표 속 숫자의 의미 141
6. 157센티미터면 내 키는 평균 146
7. 제일 좋은 대학은 존재할 수 없다 149
8. 네 번의 방학과 35일 유급 휴가 156
5장 프랑스 교육 VS. IB 시스템
1. 복잡함의 끝판왕, 대학 교육 165
2. 엘리트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170
3. 시작점이 달라도 의사가 될 수 있다 178
4. 확연히 다른 IB 시스템 183
5. 기준과 시스템이 주는 차이 186
6. MYP에서 DP로 191
6장 결국 무엇을 지향하는가
1. 노란 조끼와 엘리트주의의 종말 199
2. 자기 착취와 고독 속의 아이들 204
3. 14좌, Project Possible 209
참고 자료 214
Author
최민아
도시계획가이자 건축가로, 파리 제8대학교에서 건축학 박사 학위를, 파리-라빌레뜨 고등 건축학교에서 프랑스 정부공인건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의 수석연구원이며, 행정중심복합도시, 청주의 공공건축가로 활동한다. 역사와 시대의 변화, 사회적 현상이 공간으로 표출되는 도시를 탐구하는 일에 더욱 관심을 갖는다. 저서로 『메트로폴리스 파리 메트로폴리스 서울』(2017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도시는 만남과 시간으로 태어난다』 『눈 감고, 도시』(2019 경기우수출판 컨텐츠 인문분야 선정)가 있다.
도시계획가이자 건축가로, 파리 제8대학교에서 건축학 박사 학위를, 파리-라빌레뜨 고등 건축학교에서 프랑스 정부공인건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의 수석연구원이며, 행정중심복합도시, 청주의 공공건축가로 활동한다. 역사와 시대의 변화, 사회적 현상이 공간으로 표출되는 도시를 탐구하는 일에 더욱 관심을 갖는다. 저서로 『메트로폴리스 파리 메트로폴리스 서울』(2017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도시는 만남과 시간으로 태어난다』 『눈 감고, 도시』(2019 경기우수출판 컨텐츠 인문분야 선정)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