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동물들과 이야기를 하며 길을 가던 스님은 저만치 웬 사자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얼마나 오래 굶었던지, 젊은 수사자는 배가 홀쭉하고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였습니다. 이렇게 먹을거리가 풍성한 곳에 굶주린 사자라니..! 의아한 스님은 수사자를 깨우지요.
"어디가 아픈 게냐, 누구에게 쫓긴 게냐?"
"먹을 수가 없었어요." 수사자는 눈을 반쯤 뜬 채 스님을 쳐다봅니다.
"먹을 수가 없었다니?"
"며칠 전 어린 사슴 한 마리를 잡아먹으려는데 그 사슴과 눈이 마주쳤어요.
사슴은 나에게 목덜미를 물려 죽어 가면서 아주 슬픈 눈으로 나를 보았어요. 그 뒤로..."
스님은 염주를 굴리면서 중얼거렸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야수의 본능과 연민 사이에서 갈등하던 수사자는 그 길로 스님을 따라 나섭니다. 스님은 사자에게 말하지요. "욕심을 버려야 하느니. 동물의 왕인 '사자'인 것을 잊고, 자신을 '개'라고 생각하거라". 그렇게 떠난 고행길. 사자는 끝없는 사막과 모래바람을 지나며 어느덧 날카롭던 눈빛이 사그라지고, 갈기는 점점 자라 얼굴을 뒤덮어 더이상 사자인지 개인지 분간이 안가는 털복숭이가 되었답니다. 나쁜 기운을 알아보고 귀신을 쫓아낸다는 개 '삽살개'는 이렇게 이 땅에 살게 되었다고 하지요.
긴 털이 머리를 온통 뒤덮은 생김새 때문에 '사자개'라고도 불리는 삽사리의 유래를 바탕으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편 창작그림책입니다.
Author
이가을,곽영권
1941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어린이 책 전문 서점 ‘가을글방’을 운영하면서 많은 어린이들과 친구가 됐다. 1982년 '크리스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하였고, 『가끔씩 비 오는 날』로 제2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창작 부문 대상을 비롯하여 불교 문학상, 이주홍 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낮에는 조각 천으로 바느질을 하고 밤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블로그 ‘가을글방’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따뜻한 책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1941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어린이 책 전문 서점 ‘가을글방’을 운영하면서 많은 어린이들과 친구가 됐다. 1982년 '크리스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하였고, 『가끔씩 비 오는 날』로 제2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창작 부문 대상을 비롯하여 불교 문학상, 이주홍 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낮에는 조각 천으로 바느질을 하고 밤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블로그 ‘가을글방’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따뜻한 책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