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정보로 보는 관점이 형성된 역사적·사회적 맥락은 무엇인가!
이러한 정보로서의 생명 개념이 이후 생명공학, 인공지능,
그리고 신경과학 등으로 이어지는 전개 과정에서 어떤 깊은 의미가 있는가!
전작인 『생명의 사회사』를 통해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근대 이후 변천해온 과정을 살피며, 17세기 과학혁명으로 시작된 근대과학의 인식론적 특성에서부터 20세기 초반 이래 생명에 대한 태도에 일대 변화를 가져온 분자생물학과 생명공학의 탄생에 이르는 숱한 사건들과 사회적 논쟁을 담은 과학사회학자 김동광이 이후의 생명 정보를 둘러싼 전개과정을 담은 『생명은 어떻게 정보가 되었는가』를 펴냈다.
이 책은 특히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이라는 시대상황 속에서 ‘정보로서의 생명’ 개념의 출현 과정을 조명하면서, 1953년 DNA 이중나선 구조 발견 이후 한층 강력해진 생명 통제의 열망과 이것이 생명에 대한 인식에 미친 영향을 정리하고 있다. 우선 이 시기에 정보 개념이 등장하는 과정을 살피면서,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빠르게 개발된 컴퓨터들이 정보 개념이 발전하는 토대를 마련해주었음을 이야기한다. 또한 DNA가 생명의 암호를 담고 있는 물질로 발견되는 과정은 에르빈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 출간 후 예견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생명이 4개의 염기 서열로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은 생명이 곧 암호(code)이고, 생명에 대한 이해가 암호풀이로 가능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1980년대 이후 생명공학과 신자유주의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해가는데, 탈냉전시대의 거대과학인 인간유전체계획은 점점 커져가는 생의학 시장을 염두에 두고 인간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면서 생물학을 거대한 사업으로 만들어버렸다. 유전체를 ACGT의 염기서열 정보로 해석하게 되자, 생명공학은 곧바로 생명을 원하는 방식으로 조작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조작 가능성을 GMO와 유전자가위를 사례로 집중 분석하고 있는데, GMO는 오래된 주제이지만, ‘정보로서의 생명’ 개념이 분자적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 구체적인 산물을 낳은 대표적 사례로 보고 있다.
재조합 DNA 실험이 성공하자 해당 연구 분야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인체 유해성 등의 안전과 윤리 문제가 충분히 검토될 겨를도 없이 향후 이루어질 시장에 대한 전망으로 GMO가 탄생했으며, 그 과정에서 불확실성은 늘 남아 있었다. 저자는 오늘날까지 GM 식품의 안전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신자유주의와 신흥기술의 공(共)구성 과정이 낳은 피할 수 없는 결과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과 신경과학을 함께 살펴보고 있는데, 전쟁과 냉전의 산물인 인공지능과, 뇌과학으로도 불리는 신경과학은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신경과학도 인간의 정신활동을 뉴런의 연결구조로 밝힐 수 있다는 ‘신경본질주의’를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보 생명 개념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생명은 어떻게 정보가 되었는가』는 2차 세계대전과 냉전 시기에 수립된 정보 및 커뮤니케이션 이론이 컴퓨터 기술과 함께 발전하면서 생명에 대한 ‘정보 담론’으로 자리잡는 과정을 조망하고 있다. 생명을 하나의 정보로 바라보는 일련의 흐름은 특히 신자유주의 이후 가속도를 내며 테크노사이언스의 전개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단순한 상업주의를 넘어서는 전 지구적 사유화 체제에 의해 분자적 측면에서 생명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편향되었고, 초국적 자본의 논리에 따라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생명공학은 전개되며, 생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Contents
서문
1부 생명, 정보가 되다─‘정보로서의 생명’ 개념의 출현
1장 전쟁, 냉전 그리고 ‘정보’ 개념의 등장
2장 정보 이론과 사이버네틱스
3장 암호풀이와 생명
2부 생명 정보 개념의 확장과 신자유주의
4장 분자화와 전 지구적 사유화 체제
5장 생명에 대한 조작과 개입의 극대화─GMO와 유전자가위
6장 인공지능─지능은 알고리즘으로 환원 가능한가?
7장 신경과학과 신경본질주의
에필로그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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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김동광
70년대에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다가 세월이 허락하지 않아 오랫동안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몸을 담았다. 90년대에 출판 기획집단 과학세대에 참여해서 과학책을 번역하면서 과학이 세상을 보는 중요한 통로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흔이 넘어 대학원에 진학해 과학사회학을 공부했고, 과학기술 민주화를 추구하는 시민단체에도 관여했다. 여러 학교에서 20년 넘게 과학과 사회에 대한 주제로 강의하고, 책을 썼다. 지금은 은퇴해서 뜻이 맞는 동학들과 함께 공부하고, 호시탐탐 다시 문학으로 돌아갈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생명의 사회사―분자적 생명관의 수립에서 생명의 정치경제학까지』,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읽기(공저)』, 『과학에 대한 새로운 관점, 토마스 쿤』, 『사회생물학 대논쟁(공저)』, 『낯선 기술들과 함께 살아가기』, 옮긴 책으로는 『원더풀 라이프』, 『인간에 대한 오해』, 『언던 사이언스(공역)』 등이 있다.
70년대에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다가 세월이 허락하지 않아 오랫동안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몸을 담았다. 90년대에 출판 기획집단 과학세대에 참여해서 과학책을 번역하면서 과학이 세상을 보는 중요한 통로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흔이 넘어 대학원에 진학해 과학사회학을 공부했고, 과학기술 민주화를 추구하는 시민단체에도 관여했다. 여러 학교에서 20년 넘게 과학과 사회에 대한 주제로 강의하고, 책을 썼다. 지금은 은퇴해서 뜻이 맞는 동학들과 함께 공부하고, 호시탐탐 다시 문학으로 돌아갈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생명의 사회사―분자적 생명관의 수립에서 생명의 정치경제학까지』,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읽기(공저)』, 『과학에 대한 새로운 관점, 토마스 쿤』, 『사회생물학 대논쟁(공저)』, 『낯선 기술들과 함께 살아가기』, 옮긴 책으로는 『원더풀 라이프』, 『인간에 대한 오해』, 『언던 사이언스(공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