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없는 세계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그 가격은 갈증이다. 바로 이것이 캐런 파이퍼가 『갈증의 대가』를 통해 우리를 안내하는 소름끼치는 풍경이다. 갈증이 정치 문제가 되고, 가뭄이 사업 기회로 바뀌며, 우리에게 가장 필수적인 천연자원이 점점 더 글로벌 기업들에 의해 통제되는 세상의 풍경 말이다.
캐런 파이퍼는 물이 부족한 분쟁 지대와 물 금융 중심지를 돌아다니면서 마피아 같은 힘을 지닌 글로벌 기업들이 물 공급을 사들여서 돈을 지불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수도꼭지를 잠그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 준다. 이라크와 터키의 국경 분쟁, 이집트의 ‘목마른 사람들의 혁명’, 그리스의 시가전, 남아공의 물 권리 아파르트헤이트 등의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갈증의 대가』를 읽으면서 우리는 세계 최초로 물 공급을 100퍼센트 민영화해서 결국 물 자유시장이 아닌 압도적인 독점을 만들어 낸 칠레, 사기업의 정수장이 갠지스 강의 성스러운 물을 전용해서 소요가 벌어지는 뉴델리, 미군이 파괴한 수자원을 미국이 민영화하도록 요구해서 가뜩이나 폭발 직전인 지역을 한층 더 불안하게 만드는 이라크 등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 기업들이 물 공급을 조용히 사들이고 있는 미국에서는 ‘물 금융’ 때문에 캘리포니아 농장들의 물이 말라가는 중이다.
6개 대륙 10여 개 나라에 걸친 7년간의 탐사와 최고경영자, 활동가, 환경론자, 기후변화 전문가 등과 수십 차례 나눈 인터뷰의 소산인 『갈증의 대가』는 기울어진 세계의 참혹한 모습을 낱낱이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