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이 한국의 갑절도 넘는 부국 싱가포르는 치안율과 국가청렴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도덕이 곧 법인 이 나라, 길에서 껌도 맘대로 씹지 못할 만큼 공중도덕이 엄격하다. 그런데 이른바 유교적 가치를 숭상한다는 싱가포르가 웬일인지 행복지수 조사에서만큼은 늘 바닥을 맴돈다. 왜 가장 도덕적인 나라의 국민들이 정작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는 걸까?
문제는 도덕이 아니라 강제다. 싱가포르는 개인 사생활에 대한 간섭이 가장 심한 나라 중 하나다. 그런데 인간은 자율성이 깨지면 행복을 느낄 수 없다. 가장 도덕적인 사회의 사람들이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는 것은 그들이 도덕을 통제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처럼 제도로 강요하든, 한국처럼 체면에 떠밀려 지키든 마지못해 지키는 도덕은 행복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도덕이 아니다. ‘마지못해’가 문제다.
정작 원조 도덕군자인 공자는 착하게 살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강박이나 강요로 도리를 좇은 게 아니라 이로움과 쾌감을 따라간 결과 도덕을 만났으므로. 공자가 나이 칠십에 마지막으로 도달한 경지가 이것 아닌가. “내 욕망대로 살아도 세상 법도에 어긋남이 없었다.從心所慾 不踰矩” 공자에게 도덕과 욕망은 갈등하는 둘이 아니라 조화로운 하나였다.
물론 이 말이 참이란 법은 없다. 착하게 사는 게 꼭 좋아서가 아니라 그렇게 살게끔 하기 위한 유인책일 수도 있다. 혹은 만년의 허풍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로서 오랫동안 논어를 탐독해온 저자는 심리학의 최신 연구결과와 2500년 전 공자의 생각이 놀랍도록 잘 맞아떨어진다는 걸 발견했다. 의로움, 어짊 같은 도덕성이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실제로 굉장히 유익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탐험해볼 만하지 않을까. 도덕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공자가 권한 어질고 의로운 삶이 왜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지 ‘이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 그것이 이 책 『이기적 논어 읽기』의 목적이다. 저자 역시 “그냥 내 마음대로 살고 싶은” 이유에서 ‘내 마음대로 살아봤다’는 공자의 그 경지가 궁금해 논어를 펼쳐들기 시작했단다.
Contents
| 머리말 | 공자처럼 욕망하기 / 5
첫째 마당 소유
| 둘러보기 | 지름신은 언제 강림하는가 17
군자는 망하고 싶어 환장한 사람일까? 23
공자도 돈이 좋다는 건 인정했다 26
집착은 나를 겁쟁이로 만든다 34
도대체 적절하다는 건 어느 정도일까? 41
둘째 마당 경쟁
| 둘러보기 | 패배에 명분을 만들어주는 경쟁 51
괴로운 경쟁의 일그러진 탈출구 55
상대의 아름다움을 완성해주다 61
내가 만드는 나만의 의자 65
사회적 경쟁조절 장치 75
셋째 마당 비교
| 둘러보기 | 다다익선의 배신 81
자로 무게를 잴 수 있을까? 87
무한 비교와 무한 경쟁의 올가미 95
비교에 걸려 넘어진 자, 비교를 짚고 일어서라 106
넷째 마당 독선
| 둘러보기 | 생각이 우물에 빠진 날 115
여우의 기준으로만 두루미를 본다면 120
듣는 이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126
미치는 것은 미칠 때까지만 132
연못은 물의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다 136
다섯째 마당 다름
| 둘러보기 | 서로 달라야 함께하기에도 좋다 143
‘다름’을 보는 법 148
소인들의 ‘제복의 심리학’ 158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다 162
같음을 알면 다름을 받아들인다 164
여섯째 마당 자존
| 둘러보기 | 역할과 개성과 자존의 삼각함수 173
역할은 자존감의 어머니 179
가스통 할배와 스티브 잡스 사이에서 187
내 안에 갇히지 않는 나 195
일곱째 마당 옳음
| 둘러보기 | 우리 마음속의 ‘로봇 태권V’ 205
‘의’와 ‘이’는 원수지간일까? 211
높은 지위와 의로움의 대가 215
‘의리’ vs. ‘으~리’ 220
당당함이라는 보너스 229
여덟째 마당 곧음
| 둘러보기 | 나를 가장 잘 속이는 사람은 나 235
내가 떳떳하면 그게 곧음이다 241
곧음의 일관성에는 옹이가 없다 248
곧음과 여유는 세트 메뉴다 256
아홉째 마당 어짊
| 둘러보기 | 아프냐? 나도 아프다! 265
어짊의 물길을 따라 흐르는 것들 269
면역력으로 감기를 막듯이 276
어짊, 본능인데 왜 힘들까? 282
어짊, 느끼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294
열째 마당 배움
| 둘러보기 | 깨닫는 즐거움이 첫머리인 까닭 301
욕망이 없으면 배움도 없다 307
아는 사람은 쉬운 말을 쓴다 314
지식은 재산이 아니다 319
배움이 익으면 소명을 만난다 327
| 꼬리말 | 논어는 나에게 힐링캠프다 / 335
| 찾아보기 | / 338
Author
김명근
1959년생. 중산층의 화목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컸는데도 이상하게 삐딱한 기질이 있어서, 삶이 나름대로 무척 다양했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했지만, 연극·여행 등 동아리활동에 몰두하느라 학과공부는 뒷전이었다. 첫 직장이었던 건설회사를 얼마간 다니다 그만두고, 전산학에 흥미가 끌려 한국과학기술원 석사과정을 거쳐 전산직 공무원으로 2년간 재직했다. 이후 전산관련 회사와 광고회사 등을 전전하다 느닷없이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 우여곡절 끝에 8년 만에 졸업했다. 동 대학원 한방정신과 석·박사 과정을 거쳐 현재는 정신과 질병을 주로 보는 한의사로 일하고 있다. 한의대생 시절부터 논어에 빠져들었고 2013년부터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대학원에서 [논어를 통한 인간의 이해] 강의를 진행했다. 이 책은 그때의 강의를 다듬고 묶은 것이다.
저서로『애노희락의 심리학-四象心學』(2003), 『나만의 공간』(2006, 공저)이 있다.
1959년생. 중산층의 화목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컸는데도 이상하게 삐딱한 기질이 있어서, 삶이 나름대로 무척 다양했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했지만, 연극·여행 등 동아리활동에 몰두하느라 학과공부는 뒷전이었다. 첫 직장이었던 건설회사를 얼마간 다니다 그만두고, 전산학에 흥미가 끌려 한국과학기술원 석사과정을 거쳐 전산직 공무원으로 2년간 재직했다. 이후 전산관련 회사와 광고회사 등을 전전하다 느닷없이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 우여곡절 끝에 8년 만에 졸업했다. 동 대학원 한방정신과 석·박사 과정을 거쳐 현재는 정신과 질병을 주로 보는 한의사로 일하고 있다. 한의대생 시절부터 논어에 빠져들었고 2013년부터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대학원에서 [논어를 통한 인간의 이해] 강의를 진행했다. 이 책은 그때의 강의를 다듬고 묶은 것이다.
저서로『애노희락의 심리학-四象心學』(2003), 『나만의 공간』(2006, 공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