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중국에 전래되어 유교와 도교 양가와의 거대한 문화적 교류와 융합을 통해 ‘중국불교’라고 하는 새로운 사상문화를 창출하는 과정을 면밀하게 추적하여 정리.
1.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는 중국 전래 초기부터 이른바 ‘중국화’의 여정을 밟았다. 그것은 불교의 전래에는 필연적으로 그 교의敎義를 담고 있는 경전에 대한 역경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문화적, 사상적, 언어적, 상징적 체제가 다른 중국에 적합한 번역어가 존재하지 않았고, 그러한 번역어의 부재는 유사한 용어와 개념을 차용할 수밖에 없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용어와 개념들이 본래 지니고 있던 함의가 불교의 그것들과 ‘착종錯綜’하여 새로운 의미를 나타내게 되었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중국불교’라고 하는 새로운 사상문화가 창출되는 기본적 조건이 형성되었다. 또한 이런 과정에서 당시 중국 사회에 이미 체계를 갖추고 있던 유가儒家 및 도가道家와의 거대한 ‘문화 교류와 융합’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 책은 이러한 과정을 ‘통섭通攝’의 개념을 사용하여 고찰하고 있다. 통섭은 에드워드 윌슨(하버드대 교수)의 저서인 Consilience가 번역되면서 유행하기 시작하였지만, 본래 ‘통섭’은 불교용어로서 ‘서로 대립적 관계에 있는 다양성을 총괄하여 포용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저자는 중국에서 불교사상이 변화, 전개되는 전체적인 모습을 살펴볼 때, 유?도 양가와의 만남을 통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용하였기 때문에 ‘통섭’이라는 개념이 매우 적합한 분석틀이라고 본다.
2.
이 책은 중국불교‘사상사’이다. 그리고 중국불교의 사상사는 결코 불교 자체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다양성이 존재한다. 즉 중국불교 사상의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바로 유儒?불佛?도道 삼교관계의 과정을 연구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긴밀한 내재적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기본적으로 동아시아의 사상적 핵심을 지니고 있는 유불도 삼교의 ‘통섭’을 통하여 전체적인 중국불교의 사상사를 통관通觀하고 있다. 불교가 중국으로 전래되면서 유학의 사상적 틀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바로 ‘인성론人性論?심성론心性論’이라고 할 수 있다. 그를 통하여 중국불교의 독특한 ‘불성론佛性論’이 출현하게 되었고, 이러한 불성론을 바탕으로 ‘돈오頓悟’라는 동아시아 사상의 중요한 부분이 나타나게 되었던 것이다.
한편 불교에서 발전된 ‘불성론’은 이후 역으로 유학에 영향을 주어서 송명 대에 ‘이학理學’과 ‘심학心學’을 출현하도록 하였다.
도가와 불교의 관계 역시 매우 깊은데, 초기에 중국인들에게 불교가 도가의 일종으로 받아들여져 많은 용어들이 도가의 용어로 차용되었고, 또한 사유의 유사성으로 인하여 노장으로 ‘반야’를 해석하는 ‘격의불교’가 출현하는 등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당대의 성현영은 삼론종의 반야학을 흡수하여 ‘중현학重玄學’을 창시하여 본격적인 도교를 개창했으며, 그의 중현학은 다시 선종禪宗이 출현하는 데 결정적인 작용을 하였다.
이처럼 중국에 불교가 전래된 이후 광대한 사상의 흐름 속에서, 유불도의 통섭은 전체적인 중국사상을 이해하는 데 빠뜨려서는 안 될 중요한 측면이고, 나아가 동아시아의 사상적 특질을 이해하는 데도 관건이 되는 것이라고 하겠다. 즉 중국에서 유교, 불교, 도교 어느 학문을 연구하더라도 이 삼교 사이의 교류를 통찰하지 못하면 이는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유불도 삼교 사이의 충돌과 갈등, 교류와 융합의 역사를 살펴보고, 중국에서 불교가 어떻게 사상적 변용을 거쳐 새로운 사상문화를 만들어 가는가를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Contents
저자의 변 5
서언: 중국불교와 유儒?도道 양가의 통섭 13
제1장 중국의 불교전래와 유?도의 사상적 삼투 19
1. 동한 황실의 통치이념 수립을 위한 불교수용 19
2. 경전의 한역과 초전불교의 불도佛道융합 26
3. [모자이혹론]에 나타난 유불도 삼교융합 48